김용현 정치부장

지난 20대 국회는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로 불리며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제21대 국회도 개원한지 한달이 넘게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20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한치 양보도 없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원구성이 미뤄지다가 최종적으로 여야간 협상이 결렬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6월29일 본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12개 상임위원장중 11개를 선출했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과 여야 국회부의장 간 합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은 이번엔 제외됐지만 법사위를 비롯한 17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한 것이다.

1985년 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에 여당이 상임위를 독식했다.

176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슈퍼여당으로서 사실상 상임위원장 전체를 모두 차지할 수도 있다는 명분은 있다.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의회독재를 시작했다며 본회의에 불참했고, 정의당 역시 표결에 불참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원만한 원구성을 위해 중재에 나섰지만 결국 여야간 합의결렬과 상임위 민주당 독식상황까지 이른 것에 대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1대 국회도 20대 국회처럼 대결과 대립만 가득한 동물 식물국회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갈등과 싸움으로 고착된 정치구도에 대해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역시 하반기 원구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절대다수당인 민주당은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고 밝힌 반면 미래통합당은 최소 1개 이상의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006년 출범 이후 1당에서 의장과 제1부의장이 선출되면, 제2부의장은 야권에 안배하고 있는 전통과 관례를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임위원장 역시 의회내 교섭단체 소속의원의 비율에 따라 여야할 것 없이 최소한 합리적으로 안배됐으며,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후 1당이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6월 30일 전체의원 총회를 열어 미래통합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상 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부의장에 초선인 정민구 의원(삼도 1 2동)이, 의회운영위원장은 3선 김용범 의원(정방 중앙 천지동)이 각각 선임된데 이어 행정자치위원장은 재선인 이상봉 의원(노형동을), 환경도시위원장에는 초선인 강성의 의원(화북동), 보건복지안전위원장에는 초선인 양영식 의원(연동 갑), 농수축경제위원장에는 초선 현길호 의원(조천읍).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는 초선인 문종태 의원(일도1 이도1 건입동)과 박호형 의원(일도2동 갑)을 선임키로 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는 이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10대 도의회서 무소속인 안창남 의원(삼양 봉개동)을 선임하는 등 철저하게 미래통합당을 배제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만큼 다음달 2일부터 열리는 제384회 임시회에서는 이번 전체회의 결과대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거센 반발도 불가피하다. 결국 제주도의회 역시 21대 국회처럼 여야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특정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도민들이 도의회 하반기 원구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지만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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