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7월 첫째 토요일, 오는 4일은 세계협동조합의 날이다. 어림잡아 100년 가까이 되지 않나 싶다. 오랜 동안 협동조합은 경제·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신장시키고 저개발국 빈곤의 악순환을 경감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처럼 어려운 시기마다 협동조합은 완충장치로서 한몫을 톡톡히 했다. 유엔이 2012년을 '국제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한 데는 이런 협동조합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가 한창 들떠 있을 터였다. 협동조합 주간과 동시에 바로 사회적경제 전국행사가 해마다 열려 왔던 것. 지난해는 문재인대통령이 몸소 대전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부득이 미뤄졌다. 개최지 광주는 물론이고 아쉽긴 모두들 매한가지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국내외 협동조합들은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연대와 협력을 실천해 왔다. 밀라노·로마·나폴리 병원에 300만 유로(40억원 상당)를 기부한 이탈리아 '코나드' 협동조합을 비롯, 스페인 카탈루냐 사회연대경제, 일본 에히메 생협, 영국 코업그룹 등 해외 협동조합들이 저마다 안간 힘을 다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대구·경북 지역에 도시락과 방역용품 등을 하루가 멀다 하고 건넸을 정도. 경기침체로 직원해고마저 고민하는 기업을 돕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No 고용조정 Yes 함께살림'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주에서도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려는 협동조합의 노력이 줄을 이었다. 아동용 친환경 마스크를 기부한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지역아동센터에 방역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 그리고 한살림제주소비생협과 제주내일사회적협동조합은 의료진에 방역물품을 기부했다. 제주개발공사 사회공헌사업으로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대구지역에 생활용품꾸러미와 취약계층 도시락 비용을 지원했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과 제주희망협동조합이 거들어 가능한 일이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생채기만 남긴 건 아니다. 이번 사태가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과도한 경제성장 때문이란 반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얄궂게도 모든 게 멈춰선 팬데믹 한 가운데 몰리고 나서야 우리는 '코로나의 역설'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올 세계협동조합의 날 주제는 '기후행동을 위한 협동조합(Cooperative for Climate Action)'이다. 21세기 지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과제 중 하나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협동조합의 역할에 주목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30년 전과 비교하면 50% 이상 증가했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 시스템에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위기징후가 나타난 지 오래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결과를 막을 도리가 없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의 터전, 특히 소농민, 여성, 청소년과 같이 극심한 자연재해와 자원고갈에 가장 불리한 집단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제 협동조합이 먼저 나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행동해야 한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모든 커뮤니티에서 공정한 전환을 이뤄내야만 한다.

올 개최 예정이던 '2020 세계협동조합대회 서울' 준비위원회 마틴 로워리 의장(Martin Lowery)의 말로 마무리를 대신한다.

"기업이 아무리 많은 수익을 내고 사업적으로 성공하더라고 협동조합의 본질을 잊는다면 협동조합과 일반기업의 차이는 없다.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지만 평등·공정·연대 등 협동조합이 말하는 가치를 주장하지는 않다. 이것이 일반 기업과 협동조합의 차이이고, 이것이 협동조합의 DNA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