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야 사케키 「당신의 자리에서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말하기·글쓰기’ 꼼꼼한 훈련서

 

처음 ‘엄마’란 이름을 얻게 됐을 때는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줬으면…”했다. 혼자 일어서 걸음마를 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닐 때는 “말귀라도 알아들어 줬으면…”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부모의 말을 다 이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것이 잘못됐다고 느끼게 된 것은 아마도 ‘사춘기’라는 무시무한 적과 맞장을 뜨게 되면서 부터인 것 같다. 무슨 말을 해도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오고, 아예 못 듣는 척 귀와 입을 닫은 아이에게 몇 번이고 같은 말을 설명한다. “그만해요”하고 날을 세울 때까지. 내 배로 나은 아인데, 내 품에서 키운 아인데 말이 안 통한다. 표정은 이해하는 눈치인데 말을 안한다. 어디서 잘못 된 것일까.

노야 사케키의「당신의 자리에서 생각합니다」는 ‘다시 시작하는 말하기와 글쓰기 공부’라는 부제에서 풍기는 인상 그대로를 담고 있다. 아주 구체적인 예문과 실전 연습까지, 책을 펼치며 순간 ‘참고서’를 의심할 만큼 디테일한 구성을 하고 있다. 편안한 지침서와는 거리가 멀지만 유명 쉐프의 온라인 친절한 요리안내서를 보는 것처럼 ‘왜 상대방의 자리에서 생각해야 하는가’의 답을 찾게 된다.

상대의 입장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좋은 질문이라고 하더라도 답을 전제하거나 은연 중에 유도하는 것은 결코 바른 질문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양방향이다. 이해를 구하고 스스로 수긍해야 ‘서로’라는 단어가 완성된다.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에 필요한 것이 말의 힘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듣는 연습도 필요하다. 듣는다는 것은 자리를 바꾼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다시 저자의 질문을 꺼낸다. “글을 쓰기 전에, 뭔가를 설명하기 전에 ‘상대’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답을 채울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된다. 자비원.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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