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 칸전략경영연구원㈜ 대표·경영학 박사·논설위원

코로나發 장기침체, "혁신과 구조개혁만이 살 길이다"

1. ‘블랙 스완의 법칙’이 21세기를 지배한다.

17세기말 서구인들은 ‘스완(swan)’이라고 하면 누구나 흰색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호주를 방문했던 유럽 사람들이 1697년 처음으로 그곳에서 검은색 백조(흑고니)를 봤다.

검은색 백조를 본 유럽인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검은색 백조가 있다고 말하자, 이를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검은색 백조를 본 일이 없는 유럽인들에게 ‘백조는 희다’는 경험상의 법칙이 당시 사회의 정설, 즉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원할 것 같은 일들이 한순간의 공염불로 끝나게 만드는 리스크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일, 상상하기 힘든 일이 갑작스럽게 우리 곁에 일어나는 현상을 ‘블랙 스완’이라고 한다.

즉, '블랙스완의 이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인식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가 있다는 블랙스완 효과(Black swan effect)라는 경제용어로, 미국의 금융분석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저서에서 국제금융위기를 예측하면서 사용되고 일반화되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뉴욕대 교수는 저서《블랙스완》에서 “전혀 발생할 것 같지 않았던 극단적 상황이 개인은 물론 기업의 운명을 지배하고 있으며 21세기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탈레브 교수는 “블랙 스완의 등장은 과거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이는 21세기를 지배하는 넥스트 패러다임 현상이기도 하다. 뜻하지 않았던 일, 즉 전혀 예상치 못했던 리스크들이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블랙 스완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블랙스완의 현상은 매우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일들이기 때문에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2. 끊임 없이 등장하는 ‘블랙 스완’의 현상들

2.1. 21세기 ‘블랙 스완’의 현상은 한치 앞도 예견하기 힘들다.

21세기에 나타나는 ‘블랙 스완의 현상’은 예측불허인데다 파괴적이고 충격적이다.
과거에도 ‘블랙 스완의 현상’이 가끔 발생했다. 1989년 11월 9일 서동과 동독을 가로막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다. ‘자유 왕래’ 허용이 부른 ‘블랙 스완’과 같은 갑작스런 일이었다.

1991년 12월 25일 저녁 7시(모스크바 시간) 공산주의 소련이 붕괴되면서 냉전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놀라운 역사적 사건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2.2. 왜 갈수록 예측하기 힘든 시대가 되는 걸까?

탈레브 교수는 “과거 경험과 데이터, 통계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음에도 사람들이 과거 사례에 집착하기 때문이다”고 분석한다.

현대인과 현대 기업이 행하는 가장 큰 오류 중 하나는 통계의 늪에 빠져서 그 통계와 숫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는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쳐진다.

특히 도저히 발생할 것 같지 않은 ‘블랙 스완’의 현상이 우리의 삶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100년 밖에 못사는 사람들이 1000년에 한번 나타나는 ‘블랙 스완’, 1만년 만에 나타나는 불가사의, 200년 만에 발생하는 충격을 어떻게 알 수 있을 것인가?

개인은 물론 조직과 기업, 국가의 미래에도 운명을 바꿀 ‘블랙 스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3. "지금 세계경제는 예비 타이어 없는 車"…석학들의 경고

최근 세계경제연구소 주최 국제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석학들은 "소득수준 회복에 4~5년 걸린다"면서 코로나 수령이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겸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26일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4~5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회복을 주도했지만 코로나19 위기에는 신흥국과 선진국이 함께 흔들리고 있다”며 “금융위기 때보다 더 깊은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코로나19 문제를 극복하려면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한 혁신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며 “슘페터적 혁신을 바탕으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술(IT)기업의 독과점 양상이 굳어지는 반면 신규 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코로나19로 교육 및 구조개혁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는 ‘예비 타이어’ 없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평소에는 원활하게 작동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회복력이 부족합니다.”(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3.1. 코로나19로 불거진 경제 침체 장기화 전망.

라인하트 수석부총재는 “세계 경제가 워낙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기 때문에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이것을 완전한 회복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지금의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교역량이 코로나19 직전부터 줄었다”며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동시에 신흥국이 채무지급 불능 상태로 빠져들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숀 로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코로나19가 단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만큼 경제 활동 봉쇄 조치가 완전 해제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대면활동과 서비스 수요가 줄어 전 세계 일자리의 30%가량이 몰려 있는 서비스업이 타격받고 고용률도 지속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3.2. “코로나19 극복, ‘슘페터적 혁신’ 필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했던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펠프스 교수는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과 신기술이 쏟아지고 미국의 성장도 견인했다”며 “ ‘슘페터적 혁신’을 바탕으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4.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황_ 제조업 갈수록 암울, 인력구조 조정 예고

4.1. 한은, 451개사 설문 조사 결과

"기업 27% "코로나 진정 안 되면 인력 구조조정 예정"

한국은행은 25일 발간한 ‘2020년 6월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13일에서 이달 5일 전국 기업 451곳(제조업 263곳, 서비스업 158곳, 건설업 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기업 열 곳 중 세 곳은 신종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질 경우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네 곳 중 세 곳은 올해 2~4월 생산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다고 답했다.

조사 기업의 27.1%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인력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인력 축소 규모에 대해서는 ‘인원 대비 10%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57.4%로 가장 많았다. 10~30%를 줄이겠다고 한 비율도 39.1%에 달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이미 직원을 줄였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13%인 57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신규 채용과 관련하여 ‘채용을 보류하겠다’는 답변이 37.3%로 가장 높았다. ‘당초 계획보다 채용인원을 줄이겠다’거나 ‘채용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겠다’는 응답도 28.4%에 달했다.

조사 기업의 76.4%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2~4월 생산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줄었다고 답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생산량이 0~20% 줄었다’는 답변이 전체의 절반가량이었고 ‘생산량이 20% 이상 줄었다’는 답변은 30.4%에 달했다.

설비투자 계획에 대한 설문에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답변은 38%에 그쳤다. ‘다소 또는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답변은 39.9%, ‘보류할 것’이라는 응답은 22.1%에 달했다.

자금 사정이 어떤지를 묻는 항목에는 조사 기업의 절반가량(52.8%)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자금조달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해 묻자 ‘대출 담보 여력이 줄었다’(25.8%)거나 ‘금융회사가 대출한도를 줄였다’(24.2%)는 응답이 많았다. 이어 ‘신속하지 못한 자금지원’(14.6%)을 거론한 기업도 많았다.

사업 전망에 대한 설문에는 ‘하반기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이 36%, ‘내년 이후 회복될 것’이란 답변은 23.6%에 달했다.

4.2. 商議, 제조기업 308개사 설문 조사 결과

대한상의, 제조업 갈수록 암울…기업 절반 "現 경영여건, 3~4월 대비 악화

“국내 ‘코로나 사태’가 정점이었던 지난 3~4월보다 현재 경영상황이 더 어렵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업체 308개사를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기업 대응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제조기업 약 절반이 3~4월에 비해 현재 경영여건이 더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철강, 조선 순으로 악화됐다는 응답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제약, 기계 등은 업황이 크게 나빠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수출’(29.2%)d;라고 했다. 이어 ‘자금난’(27.3%), ‘내수판매’(24.0%), ‘조달・생산’(8.8%), ‘고용유지’(8.8%) 순으로 응답했다. 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이 지난 3월 접수한 제조업의 애로사항은 부품조달, 매출감소, 수출 순으로 많았는데, 현재는 해외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실물경제 어려움이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는 애로유형에 다소 차이를 보였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수출애로’(40.4%), 중소기업은 ‘자금난’(31.8%)을 최대 애로로 꼽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조선은 ‘자금난’, 반도체·전자·기계는 ‘수출’, 철강·제약·식품은 ‘국내판매’를 가장 큰 애로로 들었다.

또 국내 제조기업 10곳 중 8곳은 올해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감소폭은 20% 이상 될 것이라는 응답이 40%를 넘었다.

◇코로나 전략수립…대기업 46% vs 중소기업 24%

코로나19 이후 경영전략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추진’ 또는 ‘계획 중’인 기업은 30.5%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은 45.8%가 경영전략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반면에, 중소기업은 그 절반에 불과한 23.8%만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전략 변화의 중점분야로는 ‘수요처 다변화’(31.9%), ‘경영효율화’(29.8%), ‘사업재편’(15.9%), ‘국내외 조달처 다변화’(12.8%)를 들었다. 업종별로 자동차·제약은 수요처 다변화에, 반도체·기계는 경영효율화에, 조선은 사업재편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경제 전환 의향 67%, 국내유턴은 6%에 불과

해외공장을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복귀 의향을 묻는 질문에 94.4%가 ‘계획 없다’고 답했다. ‘계획하고 있다’는 기업은 5.6%에 불과했다. 국내이전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해외사업장의 낮은 생산비용’(58.3%), ‘현지시장 진출’(38.1%) 응답이 많았다.

대한상의는 정부가 최근 유턴기업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해외사업장의 이점을 상쇄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과감한 유턴정책이 마련되어야 국내 일자리 증대, 대·중소기업 산업생태계 강화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사태로 제조업의 디지털경제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3곳 중 2곳은 디지털전환 추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디지털 전환시 우선추진 부문은 ‘생산부문’(57.8%), ‘유통부문’(15.5%), ‘마케팅’(14.5%), ‘조달’(10.7%), ‘A/S’(1.5%) 순으로 응답했다.

코로나사태 이후 근원적인 경쟁력 변화 여부에 대해 59.4%의 기업은 ‘세계적으로 같이 어려워 영향 없을 것’으로 보았으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도 40.6%에 달했다.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업종별로 명암이 갈렸다. 조선, 자동차, 기계, 철강 등 전통산업은 ‘경쟁력 약화 우려‘가 크다고 답한 반면에 제약, 식품 등은 ‘기회요인 기대가 크다’고 답했다.

포스트 코로나 중점 정책과제를 묻는 설문에 ‘내수활성화’(42.9%), ‘수출지원’(26.6%), ‘규제완화’(19.8%) , ‘R&D지원 확대’(5.8%) 순으로 응답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코로나사태로 기업들이 당장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제약・식품・IT 등 유망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5. 코로나發 장기침체, "혁신과 구조개혁만이 살 길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등 전문가들은 코로나 직후 세계가 쏟아낸 재정·통화정책 덕분에 최악의 상황에 빠져드는 것은 일단 막았지만 ‘V자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은 혁신과 구조개혁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코로나 문제를 극복하려면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한 혁신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통화정책 등 임시 처방만으론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만큼 구조개혁의 근원적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신기술·신상품이 쏟아져 나온 때가 구조적 혁신기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 위기에 따른 구조전환기야말로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서 기업들이 추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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