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수사기관 기소 후 증거보전절차 등 불이행”
증인신문 요청도 없어…40대 중국인 일부 무죄 판결

도내에서 발생한 외국인 성범죄 사건과 관련, 검찰이 안일하게 대응한 사실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공소제기 후 증거보전절차와 증인신문 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범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공신력을 스스로 실추시켰다는 지적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중국인 A씨(42)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2월 31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들어온 후 체류기간 만료일인 지난해 1월 30일이 경과해도 출국하지 않은 혐의다.

하지만 A씨에게 적용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다.

A씨는 불법체류 외에도 지난해 12월 24일과 25일 서귀포시 지역 주거지에서 중국인 B씨(44·여)를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부터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규명이 필요함에도 수사기관은 지난 1월 20일 공소제기 후 3월 7일 피해자가 출국하기 전까지 증거보전절차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검사는 형사사법공조요청에 따른 피해자의 중국내 소재지 파악, 증인 소환장 송달, 현지 법원을 통한 증인신문 요청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피해자 작성 고소장, 피해자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및 검찰진술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고,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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