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피살사건 또다시 미궁 속으로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항소심 재판부 "혐의 입증 부족" 박모씨 무죄 판결
위법 증거 수집 문제도 제기…장기미제사건 불가피 

2009년 도내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49)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과 검찰은 피해자 사망시각 추정을 위한 동물실험을 실시하고 미세섬유 분석 결과 등을 핵심증거로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오점만 남긴 채 사건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미세섬유 동일성 불인정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8일 오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박모씨(49)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항소심 공판에서 피해자 무스탕과 피고인 차량 내부 동물털을 비교·분석한 추가 감정서를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피해자 무스탕에서 검출한 동물털이 어떤 구조와 유형으로 구성됐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같은 유형의 동물털이 피고인 차량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 무스탕과 피고인 차량 내부 동물털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 발생 당시 촬영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도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CCTV 영상에는 피고인의 택시로 추정되는 차량이 촬영됐으나 화질이 좋지 않아 단정할 수 없고, 피해자의 택시 탑승 여부를 확인할 증거도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위법한 증거 수집 '오점'

경찰과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를 통해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는 오점도 남기게 됐다. 

재판부는 2009년 2월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이 피고인 거주지에서 압수한 청바지를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봤다. 

경찰은 피고인이 별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사정을 알고 있고, 긴급을 요하는 사정이 없었음에도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거주지를 수색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청바지에 대한 압수수색절차는 위법하므로 청바지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경찰과 검찰이 사망시각 추정을 위한 동물실험을 실시하고 미세섬유 분석을 통해 박씨를 기소했지만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박씨는 무죄 판결 직후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것이 억측으로부터 시작됐고, 지금까지 저에게 족쇄가 됐다"며 "생활에 있어서도 많은 것을 잃어 힘들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한편 박씨는 2009년 2월 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이모씨(당시 27·여)를 성폭행하려다 목 졸라 살해하고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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