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농학박사·전제주감귤농협조합장·논설위원

더위가 본격적으로 진행됨을 알리는 절기인 소서가 엊그제이다. 감귤나무도 본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가마솥더위와 태풍을 견뎌내야 되기 때문에 사전에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정량의 감귤열매를 남겨두고 나머지를 스스로 떨어트리는 자연적인 생리낙과 작용을 한다. 여기에다 인위적인 적과를 하고, 열매를 알맞게 키우면서 소비자가 바라는 수준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농업인의 노력이 더해진다. 

올해 장마기는 인도양의 수온상승으로 인해 평년에 비해 10일 정도 앞당겨 진다고 예보되었다. 드디어 지구온난화에 의해 기후변화가 가시적으로 개시되었다고 보인다. 그로 인해 온주밀감의 생리낙과 양상에 변화가 생겨서 온주밀감의 재배시대도 막을 내릴지 모른다는 염려가 스쳐갔다. 6월 중순에 비가림 재배를 하고 있는 청견의 생리낙과 상태를 관찰한바 개화기가 빠른 나무는 생리낙과가 앞당겨졌고, 개화기가 늦은 나무는 장마기와 겹쳐서 생리낙과가 심하였다. 청견은 오렌지에 온주밀감을 교배해서 육성된 품종으로 저온에 강하지만 장마기 일조가 부족하거나 고온에 의해 2차 생리낙과가 조장된다.

아니다 다를까 소서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장마전선이 10일이나 앞당겨짐으로 인해 하지를 중심으로 장마가 진행되다 보니 1차 생리낙과와 2차 생리낙과가 병행하여 이루어졌다는 애기가 들렸다. 또한 해안가에서는 별다른 변화의 느낌이 없는데 해발이 높을수록 증가되는 양상을 나타내었고, 감귤원마다 천차만별이다라고 한다. 생리낙과율은 주로 기온과 일조환경에 의해 지배되는 바가 컸지만 이상고온, 해발고도, 재식밀도, 전정방법, 수세에 따라 다른데 종래와는 달리 관련요인이 점차 증가되고 있다.

해거리로 인해 2년마다 결실되는 감귤원에서는 여름가지를 중심으로 착과가 이루어진다. 올해는 특히 이러한 감귤원과, 비가림하우스에서도 측창이 개방된 하우스에서 생리낙과가 심하다. 적산온도 부족으로 봄 순이 충분히 녹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장마가 겹치다보니 광합성작용이 왕성하지 못하여 구엽에서 생성된 탄수화물로는 열매에 필요한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 데에따른 결과이다.

게다가 품종에 따라 맞춤형 전정방법이 다른데도 이를 무시한 채 획일적인 전정에 의해 봄 순 발생량의 차이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신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에도 품종을 쉽게 선택하고, 품종갱신방법, 재배기술, 토양환경도 품종선택 만큼 중요한 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현장 활동이  장차 어떤 문제로 대두될지 알 길이 없다. 하우스 재배는 보온을 하여 하우스 온도를 높여주고 수확기를 앞당기거나 품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해야 되는데도 품종에 따른 하우스 관리 기준에서 벗어난 영농행위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품종의 다양화에는 그에 따른 숙기가 있다. 성숙기에 따라 제철에 수확되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앞당기거나 지연시킴으로 인해 시장흐름에 거스르고, 유통질서가 무너지는데다 감귤재배현장에서 발생되는 여러 난제가 감귤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험과 익숙함을 바탕으로 한 지식으로는 문제를 발견할 수가 없고,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익숙함에 젖어 마치 능수능란한 기술자인양 행동할 적에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양산할 뿐이다. 다른 농업인이 만들어낸 기술을 따라 하는 것도 또한 다른 익숙함을 만들어내고, 문제를 발생시킬 뿐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기 때문에 고뇌에 찬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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