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장

지난주에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직원들과 함께 궁리해 신청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주최 공모사업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가 선정된 것이다. 신청사업은 우도지역 어르신들이 제주시내 병원을 이용하는데 이동편의를 제공하는 전용차량을 우도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운영하는 사업이다.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는 도내 기업들로 구성된'제주사회공헌 네트워크'가 지난 해 우도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확인하게 된 우도지역 어르신들의 바람을 잊지 않고 이번에 사업을 신청한 것이다.

사업을 제안한 우리 제주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의 문제를 지역주민 스스로 해결함으로써 지역공동체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비롯해 의료서비스 이용환경의 개선을 통해 평등의 가치를 회복하고, 존중의 대상으로 어르신을 모심으로써 사람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 사업이 최종 선정된 데는 이렇게 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가치가 남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우도 효도차 ? 탑써'라고 이름붙인'차 한 대'로 지역주민들 스스로 키워갈 복지 공동체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인도출신 경제 석학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은 그의 저서'제3의 기둥(The Third Pillar)'에서 균형된 사회가 갖춰야 할 세 기둥으로'국가(State), 시장(Market), 공동체(Community)'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선진국가의 발전 과정에서 오랜 기간 막강한 권력을 유지해 온'국가', 산업혁명 이후 영향력이 급격히 증가한'시장'이 있으나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공동체'의 발전은 미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동체'의 성장이 곧 사회 안정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 비추어 봐도 라잔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처럼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은 국가권력도 아니고 시장 자본의 힘도 아닌 성숙된 공동체가 있어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념과 진영 간의 다툼이 계속되고, 물질적 욕망과 탐욕에 사로잡혀  비인간적 사건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는 요즘, 우리가 다시금 주력해야 할 일은'복지 공동체'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특히, 우리 제주인 경우 고유의'수눌음정신'을 기반으로 지금껏 성장하여 자리잡아가고 있는'복지 공동체'의 역량이 코로나19로 힘든 지금의 시기에는 물론 우리 사회가 위기와 갈등에 직면할 때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위기극복과 갈등치유의 해답이 되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극복을 위해 전 도민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지금이야 말로 국가권력이나 시장자본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고 지역주민의 자발성을 근거로 하는 복지 공동체의 핵심역량인 민주성과 공공성은 위기일수록 더욱 뜨겁게 담금질하며 단련시켜야 할 때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와 혼란은 언제든지 또 닥칠 수 있고 준비하지 않으면 지금의 상황보다 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책무는 국가와 시장, 공동체라는 세 개의 기둥이 안정적으로 받치고 있는 든든한 사회를 후세들에게 물려주는 일이다. 권력도 자본도 아닌'복지 공동체'의 역량에 그 모든 것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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