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민주당의 50대 세의원이 '차세대 선언'을 하고 나섰다.16대 총선가도에서 차기 당권과 대권 의사를 밝히고 있음이 그것이다.그들의 당찬 선언에 과거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을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 하다.

 “빈사상태의 민주주의 회생을 위해 새로운 결의와 각오로 오는 71년 대통령선거에 신민당 대권후보에 나설 결의를 국민과 당원 앞에 밝힌다. ”

 30여년전인 69년 11월의 어느날, 통합야당인 신민당의 소장파 리더인 김영삼의원이 대권도전의사를 선언하고 나섰다.서너차례의 야당 원내총무를 지냈다고는 하나 40대에 불과한 그는 대권에 도전하기에는 아직 정치미성년자였다.연륜과 경륜을 중시하는 전통 보수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그랬다.

 “여기가 미국이가,김영삼이 네가 케네디 흉내를 내다니 가당치 않다.”

 미상불 노정객들의 거부반응은 대단했다.노정객들의 세찬 공격에 휘말린 김영삼은 같은 40대인 김대중의원에게 협조를 요청했다.야당의 활로를 트기 위해서는 보수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후보 경쟁 선언을 해서 40대기수론의 공동전선을 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다소 망설이던 김대중의원이 끝내 동참했고, 같은 세대인 이철승의원도 가세했다.우여곡절 끝에 김대중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선출이 됐다.40대 기수론의 승리였다.

 양김씨가 주도했던 60년대말의 이른바 '40 風'은 나름대로의 시대적 배경과 당위성을 지니고 있었다.정권교체의 고비마다 대권주자로 나섰던 원로들이 와병 또는 유고사태로 좌절을 겪었던 경험이 원죄(?)였다.40대들의 무모했던 도전은 결국 야권의 세대교체란 헌정사의 새로운 장을 펼쳤다.

비록 대권도전에는 실패한 40대들이었지만,후보지명과정을 통해 당내의 소장 실력자에서 당권의 중심에 섰다.밖으로는 국민들 앞에 명실공히 차세대 지도자로서 떠올랐다.그리고 그들의 40대의 대권꿈은 우여곡절 끝에 60-70대에 이르러 비로소 실현됐다.

 과연 그들은 차세대 대권주자로서 우뚝 설 수 있을 것인가.16대 총선가도의 새로운 관전포인트로 등장한 50대 3인의 '차세대 공동선언'.그들의 튀는 행동은 대권의 향배와는 관계없이 또다른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이제 정치권의 물갈이,세대교체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고하고 있음이 그것이다.<고홍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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