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창한 가을 날씨를 보인 18일 조천읍 대흘초등학교(교장 김영호)에서는 가을 대운동회가 열려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부현일 기자>
맑고 파란 가을 하늘아래 초등학교 운동장에 만국기가 화려하게 펄럭인다. ‘탕!’총소리가 울리고 화약냄새가 하늘로 피어올랐다. 청·백 깃발을 앞세운 응원단의 현란한 율동에 “브이아이시티오알와이”란다. 뜻도 모르는 ‘빅토리’를 외치며 아이들은 목이 다 쉴 정도로 자기 팀을 응원한다.

운동회날. 아, 찬란한 햇살. 아이들의 맘은 풍선처럼 떠다닌다. 바야흐로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시즌. 18일 동광교와 대흘교·광양교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가을운동회가 시작됐다. 가을운동회는 예나 지금이나 초등학교 큰 잔치다. 그러나 근래에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회변화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달밤의 운동회?=봉개교는 99년부터 밤 운동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도 오는 27일 오후 4시부터 밤 8시30분까지 야간축제로 마련한다.

운동회를 야간에 열고 있는 것은 감귤열매솎기 등 농번기로 인해 학부모들의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 데 따른 것. 주민들의 호응도 크다. 주민들은 ‘밤’운동회를 위해 400w의 서치라이트 2기를 비롯 야외무대 조명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불알’동창도 만나고 사돈어른도 만난다=초등학교 시절의 가을운동회는 잊지못할 추억거리중의 하나. 특히 농촌에서 자란 사람들은 감회가 남다르다.

운동회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던 일, 마을촌로들이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이인삼각 경기를 하던 일….청·백군으로 나뉘어 줄다리기를 할 때면 학부모도 아이들과 일심동체가 되곤했다.

그러나 이는 지금도 먼 얘기가 아니다. 제주북교(10월3일)와 서귀포교(//), 한마음교(10월5일), 대정교(10월6일), 김녕교(10월11일)는 제주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옛 운동회의 모습을 재현한다.

마을축제로서 부채춤도 추고 ‘덤블링’에 매스게임도 펼친다. 지역주민들이 모두 모여 삶의 축제가 남아 있고, 풍류가 넘치고, 인정이 도랑물처럼 흐르는 운동회를 준비하고 있다.

▲세월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 18일 열린 동광교 운동회는 ‘반쪽’운동회가 됐다. 동광교는 94년 개교당시 7930㎡의 운동장에 13개 학급·2층 건물이었으나, 최근에는 61개 학급·6층 건물로‘콩나물 학교’가 됐다. 게다가 다목적강당 건축 때문에 운동장이 더욱 비좁아진 상태. 동광교는 결국 5∼6학년은 인근 공원에서 1∼4학년은 학교에서 운동회를 치러야 했다.

점심 풍속도도 달라졌다. 최근에는 달그락 달그락 찬합을 여닫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올해 처음 학부모가 된 김모씨(37·일도2동)는 오전 일정이 끝난 후 자녀와 함께 학교 인근 레스토랑을 찾았다.

레스토랑 안은 북새통. 후식도 이미 동이 나 1000원을 할인해준다. 그러나 아이들은 즐겁다. 가을운동회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며칠째 눈깔사탕 빨 듯 기다림을 녹여내는 기다림의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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