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구름 밖으로 나오려 버둥질하는 달을 끝내/등진/이십세기 마지막 가을을 슬퍼하던 싸락눈이/어머니 보내고 텅 빈/내 안에도 후려치더이다/늦게까지 뒤척이며/돌이킬 수 없는 내 불효들을 솎아 내어/주먹으로 치고 나무라며/속절없이 그냥/어머니 어머니 부르다 잠들었는데/창문을 두드리며 솟아오른 아침해가/유난히도 붉고 따사합니다/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 새벽녘에 얼른 오셔서/하늘을 말끔히 닦아놓고 가셨군요”(양전형 ‘저승꽃 ’서시)

지난해 2월 양전형 시인은 어머니 부재의 상실감을 노래한 「길에 사는 민들레」를 상재한 바 있다. 시집의 말미에 수록된 극시 ‘저승꽃’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극의 형식으로 풀어내 관심을 끌었다.

시인의 극시 ‘저승꽃’이 ‘하늘에 핀 등불’이라는 시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제주 시사랑회(회장 손희정)가 오는 29일 오후 7시 한라아트홀에서 마련하는 이번 무대는 양전형 시인을 비롯, 김종두·채바다·신제균 시인 등이 직접 출연한다.

제주에서 시극이 무대에 올려지는 드문 일인데다 현역 시인들이 직접 출연하는 것도 이채를 띤다. 제주시사랑회는 지난 2001년 설립돼 바다 시낭송회, 카페 시낭송회, 오른 시낭송회 등 시 낭송을 통한 시 읽기에 노력하고 있다.

시극 ‘하늘에 핀 등불’ 연출은 정민자씨가 작곡은 이승후씨가 맡아 새로운 형식 실험을 보여준다.

원작자이면서 시극에 직접 출연하는 양전형 시인은 “어머니를 여의고 난 후 추모의 자세로 어머니가 가시기 전의 심정과 상황들을 극시의 형식으로 담아두고 싶었다”며 “제주에서는 드물게 시도하는 시극이어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문의=016-686-3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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