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여성기자특별위원회, 여성부, 여성문화예술기획 등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녀가 27일 서귀포 칼호텔에서 한국 여성언론인과 함께 하는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녀는 자신의 여성운동과 언론, 자신의 삶에 대해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벌였다.

세계최초의 여성주의 잡지 「미즈」의 창간자이자 20세기 여성운동의 대모인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 1934∼ ).

한 플레이보이클럽내에 잠입해 여성비하와 성희롱을 폭로하는 기사를 써 일대 반향을 일으켰던 장본인, 직장 내에서의 임금 차별 폐지와 출산의 자유를 부르짖던 여전사, ‘신발이 맞지 않으면 발을 바꿔야’ 되는 미국 사회의 보수성에 끊임없는 도전을 했고 60년대 내내 흑인의 시민권 보장, 베트남전 종결, 빈민 돕기 등의 다양한 캠페인을 벌였던 그녀의 삶과 여성운동의 힘을 물었다.

-제주에 온 소감은.
이 섬에 대해 예전부터 많이 들었고 유독 여성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현경 교수(미국 유니온 신학대 종신교수)도 제주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자주 얘기했다.

-칠순을 앞둔 나이(68세)인데도 아름다운 비결을 알고 싶다. 또 오히려 아름다움을 무기로 (자신의 명성을 위해) 여성운동을 한다는 오해나 비방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진정한 여성성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여성성이란 없다. 단지 진정한 인간성이 있을 뿐이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여성인 것을 강요하듯 한 세대였다. 지금은 너무 달라졌다. 다양한 여성들이 있어 너무 좋다. 오히려 여성들이 뛰어난 능력을 지녔음에도 좋은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는 게 화가 날 정도다. 우린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살아야 한다. 덧붙인다면 개인적으로 삶의 목적이 있는 게 좋은 것 같다. 몇 주만에 만나는 친구가 그러더라. "아직도 여전하군" 이렇게 생긴 것을 어떻게 바꾸겠나?(웃음)

-70년대 미국에서 급진, 온건파 여성운동권간의 극심한 분열 양상이 있었듯이 한국의 현실에서도 그런 조짐이 보이는 것 같다.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모일 수 있다는 힘은 대단한 것이다. 결국은 자신과의 조화다. 자기 자신을 믿지 않는다면 타 여성의 행위에 대해서도 혐오하게 되는 것이고 결국은 자신을 혐오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들간의 믿음은 힘이다.

-최근 지역 공직자의 여성 성희롱 사건이 무혐의로 끝났다. 황당했던 것은 그 지역 주부클럽에서 성희롱 가해자를 옹호를 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우리와 희생자는 동일시돼야 한다. 가해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여성언론인에게 주고 싶은 말은.
언론인으로서 기사 쓰기는 현실보다 더 현실이다. 또한 커다란 책임이자 선물이다. 이 일은 어떤 사람도 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언론인만이 자신이 아는 지식의 기반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가부장제적인 현실에서 여성언론인의 사명은 반만의 진실이 아닌 온전한 진실을 쓰는 일이다. 간디는 "가장 가난한 자들과 가장 약한 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늘 곱씹으라고 했다. 이 말은 되새기면서 다수의 사람들이 기자의 글을 읽고 도움을 얻게 되고 그것이 내 인생에 마침표가 됐다는 얘길 듣는 그런 기자가 되라.

-10월 3일의 제주여신기행, 5일 반란기행에서 여성의 평등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는 계획을 들었다.
참가자들과 편한 시도 읽어보고 노래도 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젠더(Gender-성별)의 역할이 고정화되는 게 평화의 적이다. 평화적인 사회인식에서는 성별의 역할은 엄격히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평화의 길 강연내용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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