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회장 이성찬) 회원과 4·3관련 단체 회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4·3순례단이 지난 25일 일본 쓰시마섬(대마도)을 찾았다. 혹시나 이곳으로 떠밀려온 4·3수장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맺힌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순례단은 2박3일 동안 쓰시마섬에 머물며 위령제를 봉행하는 한편 4·3수장 희생자 진상조사활동을 벌였다.

#4·3수장 희생자 대마도에 잠들다
4·3수장(水葬) 사건은 지난 48년말 군경 토벌대에 의한 진압작전 때부터 한국전쟁 중 예비검속이 실시될 때까지 수많은 제주도민이 바다에 버려진 사건을 말한다.

그렇다면 순례단은 왜 대마도를 찾았을까. 그것은 반세기 전 제주를 온통 붉게 물들였던 4·3 당시 수장 희생자들의 시신이 쓰시마섬으로 표류했고 현지 주민들에 의해 사찰에 안치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쓰시마섬에 표류된 4·3수장 희생자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지 주민들의 입을 통해 당시 제주에서 떠밀려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들이 수습돼 반세기 넘게 이국 땅에서 잠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대마신문 기자였던 아카시 마사모씨(80)는 “48년 당시 쓰시마섬 남서부 지역에서 한국인 표류자들이 떠밀려와 이를 기사화 했었다”며 “해류의 흐름으로 봐 제주에서 떠밀려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이들 수습된 사체들은 화장돼 발견된 마을에 있는 사찰에 안치됐을 가능성이 높다. 순례단은 태평사(太平寺)라는 사찰에 159구의 한국인 유골이 안치된 것을 직접 확인했다. 서산사(西山寺)라는 절에도 한국인 유골 6구가 안치돼 있다.

태평사 주지스님 미야가와 쵸오키씨(61)는 “이 절에는 한국인 무연고 유골이 많이 안치돼 있다”며 “이들 연고가 없는 사체인 경우 태평사 뿐만 아니라 사체가 떠오른 인근 사찰에 안치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대마도 남서부 지역 표류자 제주인 가능성 높아
아카시씨는 이곳 쓰시마섬에서만 55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부탁에 아카시씨는 손수 지도를 펼쳐 보이며 사체가 발견된 지점을 정확히 가리켰다.

아카시씨는 “해류 흐름으로 볼 때 쓰시마섬 남서부 해안에는 주로 제주에서, 부산과 창원 등 경남 지역에서 표류해 온 것은 쓰시마섬 북서부 해안으로 떠밀려 온다”고 말했다.

실제 쓰시마섬 서부에 위치한 오오미(靑海)라는 마을 해안은 제주에서 떠밀려온 각종 쓰레기가 집결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순례단은 지난해 ‘삼다수’패트병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노홍길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제주도 남쪽에서 올라오는 대만난류는 제주 부근 해안을 감돈 뒤 쓰시마 서쪽 해안을 거쳐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강실 재일본 제주4·3유족회 회장은 “4·3원혼들이 이곳 이국 땅에서 잠들어 있다는 사실에 이들을 수습한 일본인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며 “이들 유골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나서서라도 송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영훈 제주도의회 의장은 “현재 추진중인 4·3평화공원 조성과 관련, 이들 한국인 수장 표류자 유골을 4·3희생자에 국한시키지 않고 평화공원에 안치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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