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북단의 도시 치내시(稚內市)에서 약 40㎞ 정도 오츠크해엽으로 들어서면 76년 설촌의 역사를 간직한 인구 9000명의 원불촌(사루바라이무라)이라는 아담한 시골풍의 읍내가 눈에 들어온다.

 원불촌은 제주시 면적에 가까운 589㎢로,인구에 비해 광활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제주시에는 약 25만명 정도가 살고 있으나,이 마을은 단 9000명만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지역이다.한때 인구는 3500명 가까이 감소하였던 적이 있었다.예전에 이 지역은 청어와 가리비가 가장 번창하였으나,이웃 석천현(石川縣)의 내탄촌(內灘村)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3월경부터 10월말까지 청어와 가리비를 마구 잡아버려서 수산자원이 고갈되었다.

 원주민 80%가 이 어업에 의존했었는데 수확이 떨어지게 되자 사람들은 하나 둘씩 마을을 떠나기 시작하였다.남아있던 주민들은 삶의 의욕과 활기를 잊고 피곤한 나날만 지새우게 되었다.광활한 자연녹지의 해안선 일대에는 방풍림이 울창했는데 전쟁중에 목재 원료로 벌목해 버려서 임업마저 황폐화 되었다.임업종사자와 어업종사자 모두가 일자리를 잃게 되자,거의 매일 삼삼오오 때지어 다니면서 낮술로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다.

 이처럼 지역경제가 붕괴되고 있을 때 평범한 지방공무원 한사람이 산업회생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어느날 그는 상사에게 고갈되어 가는 가리비 자원의 복원을 위해서는 양식사업을 시도하여 가공공장을 건설해서 수급을 조절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이윽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자치단체장은 지역주민들에게 설명회를 자주 개최하여 주민설득을 벌여 나갔다.즉 사업주체,사업자금 조달방법,양식기술,가공생산방식,품질개선 및 포장디자인,표적시장 및 판매촉진방안,품질 사후서비스 등 현안문제에 대해서 심도있는 토론이 열열하게 벌어졌다.

 드디어 주민 모두는 공산공생(共産共生)의 합의형성에 의해 빚을 내어서 가리비양식 사업을 전개하게 되었다.목표가 있고 희망이 있으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일념에서 출발한 가리비양식 사업은 차츰 괘도를 타게되어 불과 3년만에 일본전역의 화식당(일본식당)은 물론 미국 라스베거스의 컨벤션호텔 레스토랑과 같은 세계적인 일식당에서 가리비왕국을 건설하여 지역의 부존자원 회복,지역주민의 일자리 확보,지역주민 소득증진,역내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숙원사업을 이루었던 것이다.

 또한 북구주(北九州)의 대분현 대산촌에서는 각 농가가 매화와 딸기를 생산하여 농협에 판매를 위탁하면 농협제조공장에서 매화잼과 딸기잼을 제조·포장하여 방문객에게 특산품으로 판매하고 있다.방문객들은 연중 매화와 딸기의 자라나는 과정을 학습하게 되고,가공공장에서 제조되는 생산과정을 견학하며,특산품 매장에서 선물용 쇼핑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일촌명품을 생산하는 신직업인들은 주체적으로 삶에 대한 도전정신과 개척저인을 되살려 거듭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결과적으로 신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들은 산업관광의 메카로 부상하여 산업연수자 및 견학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사회체는 현상에 만족하고 있어서는 발전할 수 없다.이대로 있어서는 마을이 붕괴되고 우리들의 삶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밑바닥에 있을 때 이를 리드하는 누군가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역경제의 회생의 길을 열어나가는 것이다.

 제주지역은 감귤,수산물,축산양돈 등 1차산업과 관광숙박업,골프장,도·소매 및 외식산업 등 3차산업이 지주산업이 되고 있다.이제 사회적 지도자들은 산업관광의 개념과 목표를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농어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그리고 농협은 이제 관광서비스농협으로 거듭 태어나야 하고,수협은 관광서비스수협,축협도 관광서비스 축협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관광산업이라기 보다는 실제적인 산업관광에 대한 시책이 개발되어야 지역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간 20세기가 유형적 상품을 양적으로 생산하여 대량 소비했던 성장제일주의 산업사회로 마감했다면 앞으로 전개되는 21세기는 유·무형의 상품을 소량으로 생산하여 품목별 소량소비를 촉진하는 품질제일주의 소프트산업사회로 변화될 것이다.이제 지역산업이 관광과 가치통일이 되는 신산업혁명의 시대적 운명을 맞고 있다.신산업혁명의 무한경쟁시대에 있어서 산업관광의 주체는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 모두이다.

 제주도의 양대산업인 농어업과 관광산업의 절묘한 만남을 위해서는 자치단체 및 관강협회를 비롯해서 상공회의소,농협,수협,축협과 같은 상공단체가 동상이몽에 치우치지 말고 소비자의 정보네트워크를 활용한 ‘가칭 관광종합특산품박람회’와 같은 빅이벤트를 개최해서 흔들리는 지역경제를 바로 일으켜 세우는데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김창식·산업정보대 교수·호텔경영학〉<<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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