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도민여론 수렴 방안의 하나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도는 10일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첨예한 지역 현안으로 대두됐으나 아직까지 ‘민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가늠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찬반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 실시 여부를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는 그러나 여론조사 실시 방침 자체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 주체나 의뢰기관, 대상인원 등 구체적 방안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도의 ‘여론조사’ 구상은 지난 2일 화순항 해군기지 반대 안덕면 대책위원회 대표들과 면담을 가진 우근민 지사가 “도민여론 수렴 방안을 찾고있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시 우지사는 “대책위원회에서 10월말까지 대통령후보들의 입장을 받아오라. 도의 의견이 없으면 해양수산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며 이달말까지 도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와관련 도 관계자는 “도가 직접 여론조사에 나설 경우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쪽에서 조사결과의 객관성 및 공정성 등을 문제삼을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논란을 부를수 있다”며 “도의회가 나서든 언론기관의 힘을 빌든 방법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내부논의가 어느정도 진척됐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설문조사가 현실화될수 있을 지는 매우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장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과연 설문에 부칠만한 사안인가”라는 반대 논리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지사 입장 표명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도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설문조사를 ‘면피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따를 수 있다. 우근민 지사가 최근 도의회 정례회에서 일부 의원의 집요한 질문에도 입장 표명을 유보한 것도 도가 얼마나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데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지 보여준바 있다.

특히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화순지역 주민들 말고 해군기지의 실체를 잘 모를 수 있는 일반 도민들을 상대로 찬반의견을 물은 결과가 해군기지 건설 여부를 가름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도가 설문조사 실시여부 자체만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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