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놀이」에서 일제 침략기 비극적인 역사의 한 장면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냈던 소설가 현길언씨가 새로운 동화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를 펴냈다.

「그때…」는 초등학교 2학년인 세철이가 열 한 살이 될 때까지의 성장기의 이야기이다. 제주 4·3이라는 역사적 비극 속에서 성장기를 겪는 세철이의 아픔을 그리고 있는 책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때의 참혹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라산 기슭의 해변 마을에서 넉넉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자라는 세철이. 해방이 되고 세상이 바뀌면서, 남 부러울 것 없는 세철이는 외로움을 부쩍 타게 된다.

일본군으로 전쟁터에 나간 삼촌은 유골이 돼서 고향에 돌아오고 면장이 된 아버지는 폭도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한 세철이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자기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뿔’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무기로서의 뿔.

작가는 철저히 어린 시절로 돌아가 편견 없이 순수한 어린이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4·3으로 마을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의심하고 죽이고 죽는 일들을 겪는 세철이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혼란의 와중에서 또래의 아이들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뿔의 정체를 말하고 있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 뿔을 달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제주사람들이 생존 방식인 셈이다.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는 그 시절 열한 살의 어린이의 이야기만이 아닌 열한 살이 되거나 열한 살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계수나무.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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