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불휘공, 기획전 '거룩함의 거룩함' 개최
예술공간 이아·아트스페이스씨서 내달 12일까지

사라져가는 제주의 인문적 가치와 파괴되고 있는 환경적 가치를 해녀와 심방(굿)이라는 주제를 통해 되돌아보는 예술작업이 펼쳐졌다.

문화기획 불휘공(대표 한진오)은 다음달 12일까지 예술공간 이아 제2전시실과 아트스페이스씨 등지에서 기획전 '거룩함의 거룩함(Holy and Holies)'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직 해녀인 온평리의 송명자씨, 제주큰굿보존회 부회장인 오용부 심방과 음악·미술·문학·연극·사진·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펼친 작업물을 선보인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팔자'라고 하는 심방과 '저승 돈 벌어다 이승에서 쓴다'는 해녀들의 공유지점인 잠수굿을 주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박정근 작.
박정근 작.

특히 송명자 해녀를 서사적 주인공으로 삼은 영상작업 '명자'에는 박정근 사진작가가 8년 동안 조명해온 해녀의 물질과 삶은 물론 도내 곳곳에서 굿을 집전해온 오용부 심방의 굿판이 담겼다.

한진오 대표가 직접 연출하고 한용환 작가가 편집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는가 하면 송명자 해녀의 아들인 현남진씨가 작곡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제주굿의 기메와 살장을 모티브로 삼아 구현한 설치작업 '요왕수정국질'을 통해 전시장 2곳의 모든 공간을 용궁처럼 꾸며 거대한 '굿청'을 연출한 점도 볼거리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에서 오랫동안 제주굿을 익히고 다양한 장르예술작업을 펼쳐온 부진희와 김현주가 중심이 된 작업이다.

'거룩함의 거룩함' 전시장 전경.
'거룩함의 거룩함' 전시장 전경.

이외에도 박정근 작가의 사진작업 '물숨, 물옷, 물질'과 고승욱 작가의 제주사람들의 멍울진 비원을 형상화한 '돌초' 작품, 각자 다른 운명의 삶을 살아가는 제주 여성들을 조명한 문봉순 작가의 작품 등을 함께 선보인다.

한진오 대표는 "콘텐츠 속의 해녀가 아닌 죽어가는 바다와 함께 늙어가는 해녀들의 고락과 굿판에 흐르는 희비를 조명하고자 했다"면서 "환상이 아닌 현실을 통해 파괴돼가는 제주의 인문·환경적 가치를 모두가 눈여겨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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