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

코로나 19의 창궐로 온 국민들이 준비상시국에 들어간 틈을 타서 밀어붙이려던 정부의 의료정책들이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을 맞아 일단 유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많은 국민들께서 정부의 정책의 허상을 모르고 코로나 19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의료공공성을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우리 국민들 중 남북통일을 반대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나라가 망가지는 북진통일이나 우리 군대를 없애 북한에 의한 남북통일을 하자고 할 때에 찬성하는 국민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안으로 남북통일을 하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한다고 남북통일을 반대하는 반민족주의자라고 매도한다면 과연 온당한 일일까?

의료공공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의료공공성을 높이자는 데에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적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대학병원의 노조책임자로 있으면서 봉급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하여 한 달 동안이나 환자들을 어렵게 만들었던 분이 국회의원이 되자 환자들을 볼모로 투쟁을 한다고 의사들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서 또 다른 '내로남불'을 보는 것 같다.

이 국회의원은 의료는 공공재이며, 의사는 공공인력이 되어야 하므로 의료 인력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며, 국립병원이나 보건소에 더 나은 의료장비와 실력 있는 의사가 배치되어, 국민들이 집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질 좋은 공공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옳은 주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고,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게 문제다. 어려운 국민들 모두에게 최저임금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돈이 없으니 국채를 발행해서 하면 된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부담을 후손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이런 짓은 조상에게서 많은 유산을 물려받고도 흥청망청 써서 자손들에게 빚만 물려주는 못난이와 무엇이 다른가!

지금 공공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와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영국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는 우리보다 훨씬 많은 국민의료비가 드는데도 국민들의 만족도는 우리보다 떨어진다. 우리의 의료 시스템을 불평하는 국민들을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 교포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한다.

지금도 정부에서 의지만 있으면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으로 들어가는 돈보다 훨씬 적은 돈을 들이고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도 후손들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정책을 밀고나가려고 하니 반대하는 것이다. 왜 훌륭한 의사들이 지방의료원에 가기를 꺼리는지를 알아야 한다. 봉급이 적어서가 아니다. 거기 가봐야 할 일이 없어 기술을 썩히게 되고, 그리 되면 다음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 해에 신생아는 30만 명이 안 되는데 30만 명 이상이 돌아가시니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의사는 한 해에 3050명이 새로 생기는데 사망은 300명 안팎이다. 즉 1년에 2750명의 의사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 400명을 늘리지 않아도 정부 안대로 공공의대생들이 의무복무를 할 때쯤인 10~15년 후에는 지금보다 의사가 27500~40000명 불어나게 된다. 그러니 WHO에서도 10여년 후에는 우리나라 의사가, 국가가 그렇게 강조하는 OECD 평균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공공기관은 사립기관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비용이 더 든다. 돈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비효율적인 일을 벌려 후손들에게 더 많은 빚을 넘기려 할까?

국민의 스승이신 함석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살'고, 김대중 대통령 말씀대로 '선비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조화롭게 지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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