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도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옴으로써 추진여부 자체가 기로에 서게 됐다. 추진 당사자인 해군본부나, 이 계획이 포함된 연안항 기본계획(안)을 오는 11월 중앙항만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해야 하는 해양수산부로서도 반대의견이 우세한 현지여론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민의’가 뭐냐를 놓고 고심하던 제주도도 더 이상 입장표명을 늦출 명분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사실상 해군기지 추진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을 빌리자면 해군기지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이뤄진 설문조사였는데도 반대의견이 찬성보다 2배 이상 많이 나왔다는 사실은 이들에게 더욱 더 큰 부담을 안기게 됐다.

그동안 도청 안팎에선 ‘화순항이 있는 안덕지역을 빼면 반대여론이 약하지 않느냐’는 예측이 적지 않았고, 시민·사회단체들도 내심 이런 점을 우려해 설문조사의 절차적 정당성과 타당성 등에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는 이같은 예측을 완전히 비켜갔다. 이번 조사에선 많은 도민들이 뚜렷한 반대논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관광지와 평화의 섬으로서 제주도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8.7%나 차지해 제주도가 지향하는 국제자유도시 및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안’이라는 인식을 보여줬다.

제주도 이미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57.7%)이 긍정적 의견(30.6%)을 훨씬 앞질렀고, 해군기지 추진여부 결정때 고려해야할 점에서도 지역경제 파급효과(18.5%)나 국가안보(12.9%) 보다는 관광지와 평화의 섬, 국제자유도시 이미지(37.7%)나 주변지역의 환경(21.3%)을 우선시했다.

이번 설문결과는 당장 도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 나서서 ‘민의’를 파악한 만큼 마냥 ‘도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스처를 취하더라도 보다 진전된 내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8월말 열린 주민설명회때 해수부 이용기 항만정책과장은 “도의 공식의견이 심의과정에서 결론을 내리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공언한 터였다.

화순항해군기지결사반대도민대책위원회도 곧바로 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대책위는 이날 도를 지목해 ‘결단’을 촉구한뒤 또다시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면 해군기지 추진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해 범도민 규탄투쟁을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도 관계자는 “설문 결과와 관계없이 의견수렴을 계속하겠다”며 예전과는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해군본부와 해수부가 지게될 부담도 만만치 않게 됐다. 설명회 당시 해군측은 “주민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이들 두 기관은 10여일 전 제주도의 공청회 개최 요구에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이 문제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의외(?)의 설문 결과는 제주도나 해군본부, 해수부로 하여금 고민이 아닌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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