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삼 전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논설위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10년이 가까워오는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있다. 오염수 처리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정부의 방침 결정시기가 임박하자 후쿠시마 인근 주민 및 이웃 국가들의 관심이 비상하다. 방사능 오염 가능성 때문이다. 이웃 국가라 함은 우리나라가 가장 가깝고 우리나라 중에서도 남해안, 그 중에서도 제주도가 가장 위험하다. 제주도의 경제는 바다에 크게 의존하기에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제주도와 수협중앙회는 강경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8개 지역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취했고, 이에 맞서 일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WTO 분쟁해결기구는 2018년 일본 정부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고, 이어 한국정부가 제기한 항소심에서는 우리의 손을 들어 주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설치된 저장탱크의 수용 능력은 137만 톤인데 오염수 양은 이미 123만 톤을 넘어섰고 하루 170톤씩 계속 불어나 내년 여름쯤이면 꽉 차버릴 것이란다. 급한 문제다. 방출방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실시 중인데 해양방출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하다. 일본정부는 다핵종제거시스템(ALPS)을 통해 오염수를 정화하였고 향후 30년간 조금씩 방출하면 인체에 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처 제거 되지 못한 삼중수소(Tritium)의 폐해 등 여러 불확실한 요소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염수가 일단 바다로 방류되고 나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 오염수는 구로시오 해류를 따라 태평양으로 나갔다가 약 1년 후에는 북적도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 남해안과 동해안에 도달한다고 한다. 이에 인근 주민과 이웃 국가들의 우려와 그린피스 등 NGO의 반대도 심하다.

방류 방법의 결정은 일국의 주권사항이라고 일본 정부는 주장하지만, 그것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라면 당연히 해당국과 협의해야 한다. 우선 오염의 수준과 1회 방류 량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 그리고 공정한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 사안의 긴급성도 이해가 되지만, 철저한 조사 연구와 과학적 증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행히 얼마 전 일본정부는 오염수 처리 방법에 대한 최종 결정을 당분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동안 한중일 3국간에는 대기 오염문제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하늘이 뚫려 있어 대기오염이 옆 나라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 되어왔고, 이에 3국의 환경연구소가 공동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이웃 국가로부터 날아오는 공기의 영향이 예상보다는 적게 나왔고 결국 공기오염의 주범은 바로 자기 나라임이 밝혀졌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이러한 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남 탓하기 전에 우리 자신의 탄소가스 감축 노력이 더 절실하다고 함으로써 세간의 여러 억측을 잠재웠고, 이제 3국 정부는 각자의 해결 방안 마련에 열심이다.

원전 오염수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중일 등 인근국 과학자들의 집단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정부는 한 발 뒤로 물러서고 과학자들이 함께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들이 양심을 걸고 자유롭게 공동 연구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 문제의 해결에는 정치적 웅변이 아니라 과학적 영향평가와 수치가 필요하다.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결과가 나오면 많은 의혹과 우려가 해소되고 구체적 해결 방안도 제시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이제 더 이상 정치가 아니라 과학만이 그 답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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