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제지공장 화재후 제주 원지·박스 공급 부족 및 가격 인상
수요 쏠리는데 내년초까지 해결 어려워…우체국 5호상자 품귀

상자용 골판지 부족 사태.  사진=연합뉴스
상자용 골판지 부족 사태. 사진=연합뉴스

농산물 성출하기와 설을 앞둔 시기에 골판지 박스 대란 조짐이 나타나 농가와 도민들의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17일 도내 골판지 박스 제조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10월 골판지 재료인 원지 생산업체 대양제지 안산공장이 화재로 전소된 이후 전국적으로 박스의 원재료인 원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제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양제지는 전국 골판지 원지 생산 5대 업체로, 전국 원지 생산량의 7%를 차지해왔다. 화재로 원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원지는 물론 박스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도내 A업체 관계자는 "육지에서 들여오는 원지가격이 20% 오른데다 원지와 박스를 동시에 생산하는 대형 회사들이 자사로만 원지 물량을 돌리면서 대금을 올려주겠다고 해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며 "10월 계약한 박스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5~10% 정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B업체는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박스 가격을 15~20% 가량 올린 상태다.

우체국에서는 우체국택배 상자 1~5호중 가장 큰 '5호' 상자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육지부 제지회사에서 제작이 늦어지면서 도내 우체국에 보급되는 물량이 줄어들어 시내권 우체국에서 5호 상자가 가장 빨리 떨어지고 있다.

우체국 관계자는 "우체국에 보급되는 박스 물량이 평소보다 줄어 박스 제조공장과 매일 통화하며 동향을 살피고 있다"며 "제조업체들이 내년 3~4월까지 재료 수급이 어렵다고 해 선물 수요가 많은 내년 설까지 최대한 생산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농산물 출하로 수요가 많은 제주농협은 최근 감귤과 월동채소 등 전체적인 포장 박스 매입금액을 3% 가량 인상된 가격으로 구매하고 있다. 농가 부담을 고려해 최대한 인상폭을 낮춘 결과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내년 초까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면서 도내 제지회사와 농가 모두 박스 가격 인상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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