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산 감귤 생산·유통과정은 지난 97년의 복사판을 방불케 한다.

제주도의 주도하에 대대적인 간벌과 열매솎기운동에도 감귤사상 세번째로 많은 69만3200톤이 생산되면서 가격이 폭락,100억원이 넘는 감귤류수입판매기금을 들여 감귤을 수매해야했던 쓰라린 경험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75만6000톤이었던 생산예상량을 2단계에 걸친 열매솎기운동으로 하우스감귤 3만1600톤을 제외하고 55만8400톤으로 줄였다는 도의 발표는 신뢰성에 대한 의문으로 올해초 재고량 조사를 거쳐 59만2477톤으로 변경이 됐다.이 수치도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규격품은 버리고 선과과정에서 나오는 질낮은 감귤만 가공용으로 수매,질높은 상품만 출하한다는 정책이 먹혀들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에게 맛없는 불량감귤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해거리에 의한 과잉생산과 조생온주에 집중된 재배구조,질낮은 감귤 출하에 의한 가격 폭락과 이미지 추락,가공산업의 부재등 알만한 사람은 다아는 고질병을 고치자는 목소리만 무성할뿐 실천이 안되는것이 감귤문제다.


◈생산체제 구조조정부터

2만5823㏊에 62만4077톤에 이르는 99년산 도내 감귤생산예상량 가운데 하우스감귤 3만1600톤,만감류 8752톤,비가림·은박봉지 월동감귤 1만4500톤을 제외하고 91%가 일반 조생온주에 몰려 있다.

이 물량이 10월중순부터 2월까지 집중적으로 출하되고 3·4월에는 월동·비가림감귤과 경합을 한다.22일현재 공판장 경락가격을 보면 노지저장감귤은 15㎏상자당 최고 1만8000원,최저 3000원이고 월동온주가 5㎏상자당 최고 9000원,최저 3000원이다.만감류인 한라봉은 3㎏ 한상자에 최고 2만2000원,최저 8000원이고 오렌지는 10㎏ 한상자에 최고 4만5000원,최저 5000원이다.

노지 조생감귤을 저장했다가 출하물량이 적은 2월이후에 팔아 높은 값을 받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늦어도 2월말까지는 노지감귤을 모두 처리하고 3∼4월에는 월동감귤과 비가림 만감류,5월부터 하우스감귤로 이어지는 품종·재배면적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감귤 재배면적과 생산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확보하는 것도 기본적인 과제다.


◈출하·유통구조

제주감귤은 농·감협 직영·계통 선과장 568개와 중간상인 선과장등 921개의 창구를 통해 출하된다.이러한 구조로는 출하조절·고품질출하를 아무리 외쳐봐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921개 창구별로 출하물량을 조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농가나 상인이 선별을 하는 방식으로는 고품질 출하를 기대할수 없다.

지역별로 적어도 하루에 20톤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비파괴선과기를 갖춘 대형유통센터를 설치해 품질위주의 엄격한 선별을 통해 고품질 감귤만을 출하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농가에서 감귤유통센터까지만 가면 선별을 거쳐 상품용과 가공용을 분류해 처리하고 정산하는 체제를 갖추는 것은‘유통전문기관’임을 자처하는 농·감협이 맡아야할 몫이다.중간상들도 이러한 유통체제를 갖출수 있도록 끌어들여야 한다.

15㎏상자 위주의 포장단위도 10㎏·5㎏·3㎏단위로 세분화하고 대형물류센터 등을 통한 직거래를 확대하고 팰릿 수송체제를 갖추는등 소비자들이 구미에 맞도록 유통·판매구조를 바꾸는 것도 서둘러야할 과제다.


◈가공산업

과잉생산으로 처리난을 겪을때마다 당국이나 농가 모두 ‘연간 10만톤을 처리할수 있는 가공공장이 있다면’하는 절박감을 느끼면서도 감귤가공은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2일현재까지 도내 2개 가공공장에서 농축액 생산용으로 31941톤을 수매했지만 ㎏당 수매가가 50∼60원으로 가격폭락으로 인한 농가의 시름를 덜어주고 고품질 감귤 출하를 유도하는데 별 도움이 못된다.

농가가 수긍할만한 가격으로 수매해 질높은 상품만을 출하하도록 유도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산업 육성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남원읍 한남리에 들어서는 감귤복합가공시설은 단순히 농축액이나 주스를 생산해서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안된다.

이미 개발된 감귤주에서부터 초코렛·잼·아이스크림등 다양한 2차가공품과 함께 감귤을 소재로한 옷·모자·열쇠고리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등 관광과 연계한 판매체제를 통해 적자가 아닌 흑자를 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학계등을 통해 숱하게 발표돼온 감귤에 들어있는 각종 성분을 활용해 의약품·건강식품을 개발·판매하기 위한 연구를 서둘러 생과보다 오히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와함께 전정·간벌·열매솎기등 생산조정에 참여하지 않는 농가는 가공용 수매나 각종 정책지원에서 제외하고 출하품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하는등 차별화도 이뤄져야 할것이다.<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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