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 비상임 논설위원

언어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의성과 사회성, 역사성 등을 언어의 특징이라 한다. 이때 언어는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다한다.  

대체로 사람들만이 언어를 사용하며, 음성(말)과 문자(글)가 항상 같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한국어와 같이 음성과 문자를 모두 갖고 있는 언어가 있고, 음성으로만 의사소통하는 언어도 있다. 우리들은 자신이 원하면 말도 할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어서 언어의 가치와 귀중함을 잊고 지낸다. 반면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곧 생존일 수도 있다.

언어에도 약육강식이 존재한다. 힘이 있는 언어는 세력을 확장하면서 살아남고, 이러한 언어에 잠식당하는 소수의 언어는 사용가치가 떨어지면서 소멸한다. 언어의 생명력을 논할 때는 주로 민족이나 국가단위의 언어를 가리킨다. 그렇지만 한 사회 내에서도 언어 사용의 소외계층이 존재한다. 신체적인 불편함 때문에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거나 문자로 표현하는 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눈이 불편한 사람은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남이 읽어주는 문장을 듣거나 손으로 만지면서 독해한다. 이런 문자를 점자라고 한다. 점자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책이라는 매체는 물론 공중파 방송도 보는 사람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은 대사는 들을 수 있어도 다양한 화면을 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한편 보는 데는 자유로우나 듣는데 좀 불편하고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보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언어의 전달 방법으로 손이 사용된다. 이 언어를 수어(手語)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언어 사용의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최소한 공중파 방송에서는 수어통역사를 배치하여 언어의 소외지역이 줄어들도록 노력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이다. 정부는 물론 제주도에서도 중요 이슈를 전달할 때 수어통역사를 배치하여 모든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법정 기념일과 공휴일 등 특정 날을 기념하는 날이 정해져 있다. 2020년 하반기에 '한글 점자의 날'(11월 4일)과 '한국수어의 날'(2월 3일)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점자법」(2016년 제정)과 「한국수화언어법」(2016년 제정)을 일부 개정하여(2020년) 법정 기념일을 지정하였으며, 2021년부터 적용된다. 이에 2021년 2월 3일 제1회 '한국수어의 날'을 기념하여 2월 1일부터 7일까지 한국수어주간으로 정하였다. '한국수어의 날'은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공용어로 인정받게 된 날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수어를 가르치는 곳은 관련 복지관과 교육기관에 한정되어 있고, 수요자도 당사자나 가족 중심이고, 그 외는 봉사자들이 참여하는 정도이다. 이참에 수어의 대중교육 방법을 고민해 볼 시기이다. 수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아직은 소수이나 수어 사용 인구가 많아진다면 수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언어 사용권에도 다수자와 소수자가 존재한다. 우리들은 언어 사용권이 기본권임을 잊어버리고 다수자가 사용하는 언어의 소멸만을 막으려고 노력한다. 코로나19 브리핑 때 수어통역사의 역할이 확인되었으므로, 앞으로는 수어와 같은 소수자의 언어가 존재해야 함을 인지하고, 그 언어의 사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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