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주 봉성교회 목사·비상임 논설위원

코로나 상황에서도 새 봄을 맞으며, 각급 학교에서 새 학년이 시작된다. 아예 새로운 학교를 찾아 배움의 길에서 한 단계 올라서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지난 해 이맘 때를 돌이켜 생각하면, 잠시 참으면 옛 질서로 돌아간다면서 우리 모두가 기다리기 시작했다. 조바심으로 한두 주씩 참아왔는데, 세월은 무던히도 흘러가서,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선 느낌이다.   

코로나바이러스 19를 완전히 제압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공존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들어서며, 지구촌이 새로운 질서로 개편되어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속속 새로운 과제가 드러나고 있다.   

    랜선 교실의 양극화

 먼저 교육환경의 변화를 꼽아본다면, 랜선을 통한 소통이 교육의 주요 통로가 되었다. 인터넷 강의(인강)가 줌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교육의 장을 장악하고 대세가 되었다. 그 결과, 교육의 양극화 현상은 더 확산되었다. 경제 수준에 따라 새로운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학생이 있는 반면, 열악한 환경에서 효율성이 낮은 학습을 반복하는 학생이 확연이 구분되고 있다.  

새로운 소통의 수단에 이미 적응하여 빠른 속도로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정보를 흡수하는 층과, 아직도 옛 방식에 머물러 있는 IT 빈곤층 사이에는 격차가 급속히 벌어지고 있다.   

우리 교육계가 평준화냐 수월성 교육이냐는 논쟁으로 대립하면서, 여러 실험을 거듭한 세월이 50년이 넘었다. 새로운 시대에 이 질문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친구와 이웃을 찾아서

 예전에는 같은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친구가 되고 성장하는 곳이 학교였다. 이 기능이 급속히 위축되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의 세계가 공동체 의식 고양이나 연대의 방법이 퍽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교실의 경험이 성인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정서적 바탕이 되고,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을 앞으로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IT 게임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신세대의 문화를 장악하는 형국이다. 가상현실과 실제의 삶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생겨날 사회문제도 적지 않다고 보인다. 지구촌이 하나의 마을로 급속히 축소되는 전환의 시대에, 우리 교육의 철학이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옛 질서가 안고 있던 폭력과 성범죄의 문제가 새삼 대두되는 상황이다. 교육현장이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화기술의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폭력이 음습한 곳에서 고도로 집중되기도 하고, 오히려 피해자들을 광범위하게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누리꾼들에게 적용되는 네티켓도 더 강화되어야 하고,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   

    일년의 시작은 언제인가

 지난해 봄에는 일년의 교육 출발점을 삼일절이 아니라 가을로 옮기자는 의견이 꽤 나왔다. 팬데믹 현상이 전세계가 공통 상황이며 더구나 장기화되면서 이 주장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해방 이후 한동안 일본을 따라서 4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였다. 이를 한 달 앞당겨 삼월을 출발점으로 정한 것은 5.16 이후 일어난 변화였다. 삼일절과 더불어 새로운 분위기에서 출발하는 새 학교와 학년은 60년 가까이 우리의 문화가 되었다. 비단 교육현장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이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다수 국가들이 택하는 가을 신학년 제도가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추운 날씨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린이의 부담도, 한파에 시달리며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들의 어려움도 근본적으로 없애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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