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시찰단 18명은 2일 마지막 방문지인 제주에서 한림공원과 한라산 영실, 중문관광단지 여미지식물원, 월드컵경기장을 둘러본 뒤 이날 저녁 전윤철 부총리가 신라호텔에서 베푼 환송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8박9일의 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시찰단은 이튿날 오전 일찍 항공편을 통해 제주를 떠났다.

○…이날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제주공항에 도착한 박남기 단장(국가계획위원장)등 일행 18명은 미리 대기한 승용차와 버스에 나눠타고 한림공원으로 향했다.

송봉규 회장등 공원 직원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은 이들은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열대식물과 동굴 등을 관람하며 이곳의 연혁과 기후, 식물명 등을 관심있게 물었다.

시찰단은 옥돔·갈치구이와 전복이 섞인 성게국, 토종 돼지고기 숯불구이, 빙떡, 선인장 술등 제주 전통 음식으로만 차린 점심을 든 뒤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송 회장은 이들에게 돌하르방과 토속 감물을 들인 모자, 선인장 술을 선물했고 박 단장은 매화그림이 담긴 공예벽걸이로 답례했다. 시찰단과 송회장은 카나리아 야자수를 기념식수했다.

○…제주방문 내내 방명록 서명은 박 단장이 도맡았다. 그는 한림공원에서 ‘통일의 화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갑시다’고 썼고 영실에선 ‘백두-한라 통일만세!’라고 적었다.

중문단지 관광안내전시관과 월드컵경기장에선 각각 ‘삼천리 강산에 통일의 새아침을 안아봅시다’ ‘우리는 헤어져 살 수 없는 하나의 민족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방문단의 명칭을 ‘경제고찰단’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박 단장은 제주관광 목적을 묻는 질문을 받고 “우리 땅인데 어디를 못가겠는가”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8일 동안의 강행군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시찰단은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박단장은 뒤따르는 일행과 수행원이 벅찰 정도로 걸음이 빨랐다. 이 때문에 수행원들이 간간이 “천천히 가자”거나 “돌아가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접촉 통로였던 송호경 조선아태 부위원장은 힘에 부친 듯 중간에 멈춰서서 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찰단은 대체로 말을 아꼈으나 제주방언에 대해선 신기한지 한마디씩 내뱉었다.

한림공원 출구쪽에 내걸린 안내문에 ‘잘 갑서예! 또 옵서양!’을 가리키며 무슨 뜻이냐고 묻는가 하면 일부 단원들은 안내원에게 방언을 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름이 독특한 김히택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관광객들이 얼마나 오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한자이름은 ‘金熙澤’으로 밝혀졌다.

○…남측의 제의로 뒤늦게 일정에 포함된 영실에서 시찰단은 갑자기 불어닥친 세찬 눈발 때문에 한라산 자생 오미자로 만든 차만 마시고 발걸음을 돌렸다.

송상옥 국립공원관리사무소장이 “시찰단을 반기는 첫눈”이라고 말하자 박 단장은 “한라산에 눈이 내리는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진짜 첫눈이냐”고 되물었다. 남측 행사위원장인 한갑수 농특위원장도 “서설”이라고 거들었다.

○…예정시간 보다 다소 늦은 오후 7시20께 시작된 환송만찬에선 만찬사를 한 전윤철 부총리와 답사에 나선 박 단장 모두 ‘정치적 제안’을 배제했다.

전 부총리는 “남북이 힘을 합쳐 협력해 나갈 때 그 상승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믿는다”고 다짐했고 박 단장은 “민족의 단합과 협력, 통일에 적극 나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건배를 제의한 박 단장은 참석자들이 술을 조금씩 남기자 “우리는 완전히 비운다”며 재차 ‘건배’ 대신 ‘쭉’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시찰단은 서울에 올 때 서해직항로를 이용한 것과 달리 돌아갈 때는 인도네시아를 거쳐 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 단장은 “동남아시아를 돌아보고 우리식으로 강성대국을 일떠 세울 것”이라고 말해 일련의 경제시찰과 무관치 않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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