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구원 <제주4·3의 완전 해결을 위한 특별좌담회>
특별법 개정안 통과 이후 피해회복 등 완전해결 모색
대결적 모델보다 화해 정신…국가적 차원 실천 강조

1일 제주연구원에서 '제주4·3의 완전 해결을 위한 특별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명림 연세대 교수,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1일 제주연구원에서 '제주4·3의 완전 해결을 위한 특별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명림 연세대 교수,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제73주기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을 앞둔 1일 제주연구원에서 '제주4·3의 완전 해결을 위한 특별좌담회'가 열렸다. 제주연구원(원장 김상협)이 주최·주관한 이번 특별좌담회는 김상협 원장을 좌장으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참석해 4·3의 세계사적 가치를 들여다보고 남은 해결과제를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박명림 교수의 '정의와 화해와 회복, 세계 보편모델로서 제주4·3' 주제 발제를 시작으로 지난 2월 26일 4·3특별법 전부개정안 통과의 역사적 의미와 피해보상, 4·3 정명, 미래세대 교육 등 향후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심도 있는 담론의 장을 펼쳤다. 

△세계 보편모델로서 제주4·3
김상협(좌장, 이하 '김')=이번 좌담회는 4·3특별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의 의미와 완전한 해결을 위한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두 분을 초청해 마련했다. 제주4·3 특별법 개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원희룡 지사와 제주4·3 연구의 개척자이자 1988년 4·3민중항쟁에 관한 연구라는 파격적이고 심도 있는 논문을 발표한 박명림 교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주제 발제를 하고 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주제 발제를 하고 있다.

박명림 교수 
정의·화해·회복 모델 세계 모범
원 도정 지방공휴일 지정 등 평가
내년 정부 예산 배·보상 포함 핵심

 

박명림(이하 '박')=제주4·3의 역사에서 특히 올해는 두 가지 큰 전환점이 나타났다. 하나는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돼 이제는 4·3이 완전한 해결의 길목에 들어서게 됐다. 개정안의 내용이 실현되면 세계에서도 가장 우뚝 선 보편적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하나의 전환점은 제주지방법원에서 4·3수형인들이 전원 무죄판결을 받은 일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의 중요한 모멘텀이자 사법부의 정의를 온전히 회복하는 계기이자 4·3역사에서도 중요한 순간으로 꼽힐 것이다.

과거 흑백 차별을 겪은 남아공이 대표적 과거 극복 사례로 꼽혔지만 지금은 4·3이 가장 앞서는 모델이 아닌가 생각한다. 

4·3은 정의·화해·회복의 모델이라 생각한다. 정의 모델인 이유는 정부가 유일하게 공식적인 보고서를 채택하고 그것을 단 한번도 거부하거나 부인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4·3특별법을 통해 입법적 정의도 성립됐다. 4·3수형인 무죄판결은 사법적 정의에 해당한다. 특별법 전부개정을 통해 배·보상이 실현되고 트라우마센터가 정상 작동한다면 회복적 정의로 실현되는 것이다. 

또 4·3은 이념 대결의 사례였지만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를 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4·3특별법 제정부터 4·3평화재단 출범,  4·3 추념일 국가기념일 지정, 완전한 해결 약속 등 모두 여야 합의에 기반했다. 정의·화해·회복이라는 4·3의 가치가 세계 각국의 갈등을 치유하는 가장 보편적인 모델로 21세기 세계사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원희룡 지사가 4.3 완전 해결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원희룡 지사 
개정 이후 국가 과제화…실천 중요
배·보상 연구용역 유족 의견 반영
진영논리 극복 미래지향적 접근을

 

△이념 넘어선 정신 인류 가치로
=4·3특별법 제정 21년만에 전부개정안이 통과한데 대한 원 지사의 소회는.

원희룡(이하 '원')=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배·보상 등 획기적인 내용들이 담기고 앞으로 추진과정이 명확한 국가의 과제로 설정됐다. 대한민국이 인권국가로서 인류 보편의 규범을 개척하는 국가임을 실천으로 증명했다고 본다.

4·3은 어떤 관점에 서느냐에 따라 규정부터 달라진다. 항쟁이냐 폭동이냐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고, 해결하려면 어느 한 쪽에 대한 영원한 복수전이 될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였다는 것이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미래는 만들어갈 수 있다. 4·3은 대결을 전제한 과거의 틀을 벗어나 인류 보편의 위대함을 획득했다. 또 앞으로 통일이나 이념 대립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부분에서 인류의 모범이 되는 가치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원 지사는 4·3 당시 피해 유가족인데 객관적으로 4·3을 마주보기 어렵지 않았나.

=큰아버지가 4·3 당시 인천교도소에 끌려가 6·25 때 행방불명됐고 큰어머니, 사촌누나 등 세 분이 돌아가셨다. 옳고 그름을 떠나 공권력의 인권 침해였기 때문에 보편성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4·3특별법 통과에서 주목한 것은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했다는 점이다. 4·3특별법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지방자치에 관한 법률,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함께 대한민국의 정신과 민주주의 수준을 대표하는 4대 법률의 하나라 생각하며 내용 못지 않게 과정에서의 대화와 타협, 제주정신이 정부와 정당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화해와 완전한 4·3 해결
=정의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다. 피해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과정에서의 정의에 대한 생각은.

=인간은 똑같이 존엄하다. 어떤 이유든, 특히 무차별 학살은 이미 실체적 정의가 무너진 것이다. 이념과 피해자, 가해자를 떠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에 해결의 방향이 서 있다고 생각한다. 4·3의 경우 과정에 있어 연좌제 등 어마어마한 2차 피해가 발생했다. 지체된 정의가 너무 쌓여 정치적 견해를 달리할 수 있는 부분도 정의라는 이름 아래 같이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만 견해가 다른 집단도 가급적 합의로 가는게 시간은 오래 걸릴지라도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제주에서 주목한 것은 무장대와 토벌대가 아닌 무고한 제주민의 입장에서 정의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때 화해가 떠올랐다. 제주의 화해는 역사와의 화해일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가해와 피해, 진보와 보수, 관과 민 등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화해였다. 증명하려고 보니 이미 화해가 이뤄져 있었다. 애월읍 하귀리의 영모원에서 보듯 학살터 위에 상생의 터를 세웠다.

=진정한 화해가 말로는 쉽지만 깨지기 쉬운 화해가 될 수도 있다. 원 지사의 정치인·정당인으로서 4·3 화해에 대한 생각은.

=대결구도를 전제로 누군가를 처단하고 누군가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갔다면 여야 합의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도 사실 4·3 역사가 잘못됐다고 이의제기하는 곳이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자체가 지속되는 한 완전한 해결이 안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대결을 전제한 처단적 정의보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미래로 가는 길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 더 위대한 선택이라 본다. 국가에 2차 3차 피해를 입었지만 도민들 사이에서는 가·피해를 넘어 근본에 있던 공동체 정신, 인간에 대한 존중으로 화해를 이뤘기 때문에 도민들은 위대했고 4·3해법도 현실화 됐다고 생각한다.

=화합과 화해 실천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박 교수가 원희룡 도정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억업의 굴레가 벗겨졌을 때 갈등이 심화되는데 제주는 일관되게 화해의 태도를 취했다. 결국 원희룡 도정도 제주 공동체 정신의 연장이다. 원 도정이 도의회와 함께 지방 공휴일 지정을 중앙정부에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서 4·3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고 느꼈다. 4·3유족회장을 서귀포시장에 임명하는 것을 보면서도 작게 보면 원 도정이지만 크게는 화해 상생의 정신이 도정을 넘어 제주 현안에서 발현돼왔다고 보였다. 지금 국회가 제주에서 절반만 배워도 대한민국의 갈등 절반 이상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피해 배·보상과 4·3정명
=배상이 이뤄진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품격 있는 인권국가로 일어선다는 것이다. 연구용역 과정에서도 당사자 중심주의에 따라 유족회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 

=배·보상은 최소한의 안전과 복리를 제공하는 행위다.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렸다. 너무 늦지 않게 유족들에게 배·보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2년 정부 예산안에 반드시 배·보상 예산을 편성해 유족들에게 실질적인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4·3평화공원의 백비는 아직도 누운 채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4·3의 바른 이름을 세울 것인가.

=4·3 성격상 저항, 항쟁의 측면이 있었지만 그것이 정명인가에 대해서는 주저스럽다. 억압에 대한 저항, 국가의 학살, 무고한 희생, 공동체 복원을 위한 자주와 자치 등 여러 성격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4·3은 너무 큰 그릇이기에 다양한 성격을 다 끌고 갈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필요하다. 

=4·3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 때까지 밝히고 이름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4·3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포괄하려다가 자꾸 과거로 돌아가 갈등이 재발할 소지도 있다. 김봉철·신승은 기자

※ 이 기사는 제주연구원과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됐습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