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시찰단에 제주출신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박남기 단장과 장성택 부부장 등 거물급 인사들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기술분야 전문가로서 월드컵경기장 방문 때 ‘숨은 실력’을 발휘한 고창립 수도건설위원회 기술국장(68)이 서귀포시 중문 출신.

박 단장이 ‘이례적으로’ 불러 “(경기장 구조가) 어떠냐”고 한 질문에 즉석에서 “프랑스월드컵 경기장과 비슷하다”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던 장본인이다.

환송만찬 참석자들에 따르면 중문에서 태어난 그의 증조부와 조부는 일본 오사카에서 살다 세상을 떠났고 부친은 그곳에서 강제징집을 피해 만주로 갔다가 다시 북한으로 건너갔다. 모친도 대정 출신. 북한에서 태어난 그로서도 제주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있는 셈이다.

그에겐 제주와 연관된 애틋한 일화가 있다. 증조부가 생전 “‘구젱기’(소라의 제주방언)가 먹고 싶다”는 소원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뜨자 며느리(조모)에겐 한이 됐고, 부친을 통해 이 말을 전해듣게 된 그도 백방으로 ‘구젱기’를 수소문했으나 허사였다. 실체(?)를 알기 위해 북한의 식품관련 연구소마다 문을 두드렸고 백과사전도 찾아봤다.

그런데 제주방문을 통해 우연찮게도 구젱기의 실체가 소라임을 알게된 것. 그 스스로도 “‘3대에 걸쳐 풀지 못한 숙제’를 제주에서 풀게 됐다”며 매우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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