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교수·(사)마이스융복합산업연구원장·비상임 논설위원

변하지 않는 건 하루 세끼의 식사다. 공중파든 너튜브든 먹방에서 요리프로그램까지 음식이 예능과 다큐의 주류가 됐다. 맛집투어, 음식관광(Food Tourism), 미식여행(Culinary Tourism), 용어만 다를 뿐 사람들은 특정 먹거리를 찾아 특정 지역을 여행하고, 유명 맛집은 어김없이 방문객에게 줄을 세운다.

음식은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OECD국가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먹거리에 쓰는 돈이 전체 경비의 17%인데 반해, 식도락 여행의 성지랄 수 있는 스페인은 무려 30%다. 순수하게 스페인 음식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는 거다. 그래서 스페인 여행의 절반은 음식이고, 절반은 건축물이다.

음식강국 스페인은 전통적인 농업국가면서 바다로 둘러싸여 신선한 농축산물과 해산물이 풍부하다. 감자, 토마토, 콩을 기본으로 모든 요리에 올리브 오일이 빠지지 않는다. 하루 5차례의 식사를 정성스레 챙기고, 와인까지 곁들여 잘 먹는 기술을 고민하고 먹는 즐거움을 알아차린다.

게다가 스페인이 잘하는 게 음식의 상품화다. 지역사회마다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합리적인 가격에 팔 수 있는, 지역 특성에 맞는 신상품 개발을 계속한다. '음식순례 관광프로그램'을 만들고, 미식축제를 하며, 세계 각국의 1급 요리사와 외식업계 CEO가 참석하는 박람회를 개최한다. 스타셰프나 미슐랭가이드를 통한 식당 홍보, 그리고 대학, 지자체 할 것 없이 음식과 관광을 연계시키기 위한 R&D 조직도 활발하다.

피자, 파스타, 볼로냐소스, 발사믹... 우리가 익숙한 이 음식들은 이탈리아 음식이다. 그들은 슬로우푸드 축제를 열고, 자국 음식을 홍보하고, 화산폭발로 폐허가 된 '폼페이의 부엌' 같은 장소를 요리문화의 역사관광지로 개발한다. 일본 오사카도 관광객의 30%가 음식체험이 목적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K푸드 1세대인 불고기와 김치를 넘어, 퓨전한식과 간편식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작년 제주 관광객 현황자료에 보면, 맛집투어가 제주여행의 메인 활동이 되었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만족도는 70%에 불과하고, 순수하게 음식과 미식탐방만을 목적으로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10%가 채 안 된다. 제주를 방문할수록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건 제주 음식의 다양성 부족 때문이다. 관광객에게 제주는 여전히 생선회 아니면 돼지고기 양자택일이고, 전복죽이나 갈치조림도 이제는 대중화되어 제주만의 특성이 없어졌다. 

피시앤칩스(Fish and Chips)는 썬 감자와 생선에 반죽을 입혀 튀겨 만든 영국의 대표 음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문지에 둘둘 말아 테이크아웃으로 팔던 패스트 푸드다. 영국의 선술집(Pub)에서 맥주와 함께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굳이 피시앤칩스를 먹으러 영국을 찾을 만큼 존재감이 있진 않다. 스페인식당이나 프랑스요리, 영국식 티타임은 있어도 '잉글랜드식당'이나 '영국요리' 용어 자체가 생소한 이유이다.

'제주식당' '제주음식' 결국 음식은 문화고 시간이고 스토리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건강밥상, 제주만의 로컬음식이 제주여행의 가치를 만든다. 공연을 보고 해녀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맛보는 '해녀의 부엌'이 입소문이 나고, 차롱에 담겨 배달되는 가파도 한상차림과 줄을 길게 세우는 뿔소라, 물회, 메밀전문점이 더 많아져야 한다.

빵만 있어도 웬만한 슬픔은 견딘다고, 많은 여행자들이 제주식탁에서 위로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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