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로 시작되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즐겨 부르던 노래의 가사는 이미 청소년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요즈음의 어린이들은 더 이상 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기억에서 멀어지는 노래 가사만큼이나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통일에 대한 인식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교육은 받으면서도 정작 필요한 이유를 쓰라고 하면 한 줄도 못써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저 머릿속 지식으로만, 단지 시험 공부용으로만 ‘통일’은 있는 것이다. 아니 도리어 경제적 문제를 들먹이며 통일의 불필요성을 이야기하는 학생마저 있다. 새 시대의 주역이라는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는 추세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린 학생들만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통일을 막는 걸림돌이 된 적은 없는지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

2000년 6월 13일 남북한 정상의 역사적인 평양 만남 이후 아주 차가웠던 남북한의 관계는 급속도로 녹아 내렸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의 성공, 각 정부 부처에서의 남북한 회담 개최로 통일의 문은 많이 가까워진 듯했다. 그러나 이 많은 활동들은 마치 반짝 스타처럼 꼬리를 내리며 사라져 갔다.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파문’과 요즘 대두되고 있는 북한의 핵문제에 바람직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남·북한 관계나 국제사회에서 통일 주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 대통령 부시의 ‘악의 축 파문’이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한 나라의 정부정책이라는 것이 바다건너 대통령의 한 마디에 얼어버린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때에도 미 부시대통령의 태도는 변할 줄 몰랐다. 도리어 북한에 대해 테러 지원국이라는 낙인까지 찍어버린 것이다. 한 순간에 햇볕정책은 국내에서마저 비판의 대상이 되어 정책 방향이 주춤거리기도 했다.

북한 핵문제에도 우리나라는 북한이 핵 협정을 어겼음에도 불구하고 진위규정을 요청하지도 못하고 있다. 도리어 정부가 북한의 핵 존재를 알면서도 햇볕정책을 쓴 게 아니냐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마저 받고있는 상태이다. 통일 주체로서의 위신이 여기 저기서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통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 상황에서 급속하게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일을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정부의 일관적인 태도와 정치적 안정이다. 국내에서마저 대북 지원 사업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조그마한 비난에도 꼬리를 내려버리는 정부의 태도로서는 통일의 길이 멀고도 험할 수밖에 없다.

통일 주체로서의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경제적 자립을 실현하고, 미·일·중의 경제전쟁에서 지지 않으며, 우리의 신념을 확실하게 표명할 수 있는 정부의 두둑한 배포도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주체적 통일에 대한 민족적 자각이 있어야 한다. 같은 동포임을 강조하는 다방면의 입체적 교육으로 청소년과 국민 모두에게 통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다면, 머지않아 한반도는 두 개의 색이 아닌 한 색만으로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김병진·제주일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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