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진 제주대학교 경영학과 부교수·비상임 논설위원

지난 4월 본 기고문을 통하여 "일자리에 대해 묻고 일자리에 대해 답하다"라는 내용의 제주도 일문일답을 소개한 바 있다. 지난 기고에서는 제주 지역의 낮은 급여 수준에 대한 문제와 그 원인을 살펴본 바 있다. 이번 편에서는 그 두 번째 순서로 제주지역의 일자리 문제에서 항상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비율에 대한 문제를 논해보고자 한다.

제주도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활발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제주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근로자 상담, 노무지원, 동호회 활동 및 직무교육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이렇게 제주에서 비정규직 관련 정책 및 프로그램의 운영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제주지역의 경우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그 만큼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일자리에 비하여 일자리의 안정성이 낮기에, 비정규직 일자리의 정규직화는 이번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제주도의 입장에서 이러한 비정규직 비율을 향후 인위적으로 낮출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 본다면, 그 대답은 비정규직 비율을 인위적으로 낮추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2020년 8월 기준)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전체 근로자 중 44% 수준으로 강원도와 전라북도보다 살짝 낮은 수준이다. 제주도, 강원도와 전라북도에서 이렇게 비정규직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역의 산업 구조적 특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의 동일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중 약 50% 수준이 자영업과 개인 또는 공공서비스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3,252천명, 49.7%). 그리고 나머지 중 20% 정도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도소매 및 음식 숙박업에 집중되어 있다(1,318천명, 20.1%). 제주도 뿐 아니라 강원도와 전라북도의 산업구조는 이렇게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구성되어 있기에 높은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업구조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재정투자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격의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비정규직과 관련된 문제의 초점은 비정규직 자체의 비율을 낮추거나 정규직 일자리로의 전환이 아닌, 산업의 속성 자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나아갈 것인가로 좁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임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를 대표하는 우리시대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에 대해 항상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곤 했다. 수십 번의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을 일자리의 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아마존의 혁신을 통해 유통구조가 재편되면서 수백만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불만의 대상으로 지목되었기는 하지만 사실 특정 기업이 아닌 산업구조 변화의 흐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었다고 봐야 한다.

일자리를 보존하기 위하여 산업구조의 재편과 기술의 발전을 늦춰야 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과거 산업혁명 시대의 러다이트 운동(새로운 산업문물인 생산기계를 파괴하는 활동)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산업구조와 흐름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면서 현실적인 방법이다.

제주도 특유의 산업구조가 가지는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 여건을 제공할 것인지에 우리의 지혜가 결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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