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이론이란 것이 있다. 한 사회가 축적된 발전의 양 이상으로 한 시기에 커다란 발전과 변혁을 거듭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사건을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한국민, 남한과 북한은 21세기를 맞아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견뎌온 과거를 청산하고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발전의 패러다임은 민족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통일의 성사여부라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통일을 이루는 방법론은 신중히 고찰되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어떤 방향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남북 분단 이후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은 남북한 양쪽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어 왔으며 수많은 방법론이 제시되어 왔다. 하지만 그 모든 방법론을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바람직한 방법론은, 현재 남북한 사회에 가장 큰 적합성을 지니고 우리 민족사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방법론이면서, 남북한 체제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통합성을 갖춘 통일 사관이자 방법론이어야 한다.

먼저 남북한의 사회체제 중 자본주의 체제나 사회주의 체제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완전히 흡수하는 방법은 적당하지 않다. 약간의 무력이 개입될 소지가 있고 흡수된 사회의 주민들에게 적합성이 결여되어 통일의 내용이 후대에까지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역사의 대립되는 두 양식이 서로 충돌하는 변증법적 원리를 통해, 다음 사회에서는 두 양식의 장점을 모두 수용한, 생명력과 상속성이 오랜 양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한 체제의 흡수통일 방식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효율성과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체제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진 양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독일과 예멘 등 우리보다 앞서 통일된 나라의 통일론이나 선진 사회의 체제를 그대로 수용하려는 통일론도 문제가 있다 할 수 있다. 강대국들의 쟁탈 장소가 되어 나뉘어진 우리 분단의 특수성을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는 다른 나라의 통일 양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민족성이 이해될 수 있고 한반도 지역의 역사적·경제적 조건을 포용할 수 있는 정체성이 가미된 양식은 우리 스스로의 가치관을 개입시킨 통일론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급변하는 세계에 대해 적응기제를 지닐 수 있도록 보편성을 지닌 양식을 이루어내는 것도 단순한 모방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알맞은 통일 사관을 갖춘 통일론이 가장 필요하다.

반만년 역사의 미래가 결정되는 민족 역사상 가장 중요한 흐름의 정점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의 과제는 통일이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의 선택이 바르게 이어지는 상속성을 지닌 적합성을 갖추고, 민족사의 특수성을 담아낸 정체성을 지닌 통일론이 올바르게 성립이 될 때, 통일된 조국의 밝은 미래는 성큼 다가설 수 있다.<신병철·대기고 2>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