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제주대에서 열린 탐라문화연구소 국제학술심포지엄.<김영학 기자>
탐모라(耽牟羅)의 모라(牟羅)는 성이나 방위의 요새로 쓰이는 취락을 나타내는 말, 곧 현대의 마을의 의미와 대응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국대학교 남풍현 명예교수는 15일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탐라문화연구소(소장 강영봉)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모라(牟羅)는 삼한시대에서부터 삼국시대까지 쓰이다가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소멸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시기에 탐모라(耽牟羅)가 탐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1988년 발견된 울진봉평신라비(蔚珍鳳坪新羅碑)에서 나타난 거벌모라(居伐牟羅)라는 지명을 바탕으로 모라(牟羅)의 의미를 해석한 남 교수는 “탐모라(耽牟羅)라는 말은 제주의 주민이 삼국시대의 이른 시기부터 삼한계의 민족이었고 그 문화권에 속해 있음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울진봉평신라비는 진흥왕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단양신라적성비보다 앞선 것으로 법흥왕 11년(524년)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비문에는 거벌모라가 4차례에 걸쳐 나타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어 “모라(牟羅)는 현대국어의 마을에 대응할 수 있으며 거벌은 그 취락의 규모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탐모라(耽牟羅), 탐라(耽羅)에서 나타나는 모라가 고유명사가 아니라 삼한시대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남 교수는 “모라(牟羅)라는 단어는 가야와 신라에서 사용하던 말이며 탐모라(耽牟羅)란 말은 백제에서도 모라(牟羅)라는 단어가 쓰였음을 말해준다”면서 “광개토대왕비에 나오는 고무루성(古牟婁城)의 모루는 남방의 모라에 해당하는 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명과 지명연구’를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는 남 교수의 발표 외에도 나카무라 마사나오씨의 ‘구메지마의 바다 지명’, 연변대 전경 교수의 ‘중국의 현대 지명표준화 소고’, 제주대 강영봉 교수와 제주대 강사 오창명 강사의 ‘제주도 고문서의 지명’ 등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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