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숙박업소의 얄팍한 상술이 제주의 문화유산인 전래 신화와 전설을 멍들게 하고 있다.

 최근 중문관광단지에서 개관한 특급호텔 ‘롯데호텔제주’는 건물과 정자·연못등 조경의 테마로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제멋대로 짜맞춰 사용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또 이같이 황당한 이야기를 대내외에 홍보하는가하면 이를 내용으로 한 대형 쇼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이어서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왜곡되게 전달할 우려를 낳고 있다.

 롯데호텔제주측은 지난 25일 개관을 앞두고 이같은 내용의 홍보자료를 도내·외 보도진등 각계에 배포했다.

 이 홍보자료에 쓰인 테마전설의 내용은 한라산신의 도움으로 날개달린 장군(왕자)이 이 호텔자리에서 태어났는데 중국에서 파견된 고종달이 이를 알고 산방산의 지맥을 끊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화산폭발과 지진으로 왕자가 죽었다는 것이다.

 또 뒤늦게 도착한 왕자의 약혼녀 자청비가 이 왕궁터에서 슬퍼하며 눈물을 흘려 그물이 고여서 호수가 생겼고 자청비가 사랑의 시를 수없이 쓰며 혼자 여생을 보내다 죽어서 이곳에 사랑이 넘쳐 명당이 됐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제주사람들의 수호신이었던 한라산신의 존재에 대한 신화와,‘날개 달린 장군’의 설화,고려조 제주의 지맥을 제압했다는 고종달의 전설,농경신인 자청비에 대한 신화를 마구 뒤섞은 것으로서 아무런 근거나 인과관계가 없다.

 호텔은 또 이 조작된 이야기를 주제로 정기적으로 대형 워터 스크린 쇼(Water Screen Show)를 열 계획이어서 제주의 신화·전설등의 원형을 심하게 훼손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주변에서는 “제주의 신화와 전설은 그 하나하나만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갖고 있어 활용가치가 충분하다”며 “호텔측이 무리하게 줄거리를 조작해가며 신화를 만든다면 이야기가 잘못 전달될 뿐 아니라 결국 호텔도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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