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거꾸로 세계 각 국의 기업들이 13억 중국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저마다 중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기회의 땅"이자 "시련의 땅"인 중국.

김태환 제주시장 일행은 17일부터 23일까지 5박6일간의 일정으로 제주시와 자매·우호협력도시를 맺고 있는 중국의 중소도시 꾸이린·쿤산·양쩌우시를 찾았다.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취재단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중국의 오늘"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일본의 한 TV사가 디지털방송을 공식적으로 송출하면서 첫 프로그램 촬영지로 삼았다는 꾸이린(桂林)시. 고화질 TV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세계에서 산수가 가장 뛰어난 꾸이린시란 판단에서이다.

제주도 면적의 15배에 달하고 480만명이 살고 있는 꾸이린시는 관광산업이 GRDP(지역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에 이르는 중국 4번째의 관광도시이다.

3년 전 제주시 방문단이 찾았을 때 꾸이린시는 산수 풍광을 빼 놓으면 변변한 게 없던 도시에 불과했다.

그러나 3년 후 꾸이린시는 엄청난 속도로 바뀌어 이 곳이 3년 전 바로 그 도시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변화했다.

6차선으로 시원스레 뚫린 도로, 도시 곳곳마다 우뚝 솟은 고층 빌딩, 야간 도심지 전역을 환히 밝히는 화려한 조명은 외형상만으론 중국의 발전상을 한 눈에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3년 전 평범한 도시에 불과했던 이 곳을 무엇이 이렇게 변화하게 했을까.

중국의 변화상을 볼 때 기본적으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일사불란한 사회시스템. ‘한다면 한다’를 보여주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지난 3∼4년 사이에 꾸이린시에만 32조원이 쏟아 부어졌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의 올해부터 2011년까지 투자집행계획이 31조5445억원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재원이 꾸이린시에 쏟아 부어진 셈이다. 국가와 시정부의 예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내외 민자유치다.

그 중심에는 도심지를 관통하는 두 개의 강과 4개의 호수를 하나로 연결한 ‘양강(江) 4호(湖) 프로젝트’가 있다.

별 볼일 없던 두 개의 강과 물이 고여 악취를 풍기던 4개의 호수를 하나로 연결하는 대역사를 벌여 유람선으로 1시간30분이 소요되는 최대의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중국기업에 모든 개발권을 맡기고 각종 혜택을 줬다. 강을 따라 즐비하게 수상호텔이 들어서고 강과 호수를 에워싼 모든 산과 봉우리마다 조명을 비춰 한밤중에도 꾸이린시의 산수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 전역에서 발생되는 하수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하수종말처리장도 갖췄다.

관광지 미관을 해치는 전신주와 송전탑은 몇 년 사이에 모조리 지중화 했다. 8000만달러를 투입, 3년간의 공사 끝에 컨벤션센터도 완공했다. 중국의 웬만한 도시에는 컨벤션센터가 없는 곳이 없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꾸이린의 발전은 대단하다.

사소한 것 같지만 꾸이린시에 있는 화장실은 전부 개방돼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물 화장실은 유료로 운영됐으나 비용을 시 정부가 대신 내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등춘동(登純東) 꾸이린시위원회 부서기는 “꾸이린시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마치 자신의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꾸이린시민들의 영어 활용능력은 중국에서 단연 최고다. 그 중에서도 양쑤어(陽朔)는 영어교육의 메카다. 길거리에서 광천수를 파는 아줌마까지 영어회화에 능통해 중국 각지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꾸이린에 모여들 정도다.

이러다 보니 국내외에서 꾸이린을 찾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연간 850만명에 달하던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한해 벌어들이는 관광수입만도 25억위안(3750억원)에 달한다.

꾸이린시는 이제 단순한 관광경제를 벗어나 국제적 회의중심지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아시아 각국 정부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보아우(博鰲) 아시아관광포럼’은 꾸이린시의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꾸이린시정부 외사판공실 여성 공무원 양훼이쥔씨(楊惠君)는 “외자가 유치되고 관광이 발전하니 경제생활도 자연히 윤택해졌다. 각종 생활필수품이 대량생산돼 물가는 낮아지고 봉급은 5년 전에 비해 갑절 올랐다”고 밝혔다.

왕위에페인 시장은 한 마디로 꾸이린시의 발전상을 대신했다.

“아주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는데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있어 아무도 그의 빼어난 미모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쁜 옷을 입히고 보니 절세 미인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오늘의 변화된 꾸이린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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