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언 작 「귀덕리 사람들」.
질박한 화폭 속에서 제주지역의 척박한 환경을 일궈내는 사람들의 강인한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초대전과 그룹전을 통해 인물 작업을 주로 보여줬던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강동언 교수가 27일부터 12월3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동덕갤러리에서 ‘제주사람들’을 주제로 첫 개인전을 갖는다.

장지의 거친 질감을 바탕으로 전통적 재료인 먹과 현대 재료인 안료를 이용해 그린 제주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바지런한 삶을 꾸리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물질을 위해 도구를 챙기는 잠녀, 칼바람 이는 겨울철 오일장 좌판에서 생선 파는 아주머니, 부두에서 노역하는 사람들. 성산·서귀포·제주 서부두·한림·귀덕·모슬포·고산 등 비릿한 해안마을과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오일장 사람들의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화폭은 거친 환경을 이겨내는 제주인의 표상에 다름 아니다.

강 교수의 작품들은 전통 수묵화와는 거리가 멀다. 관념적인 묘사방식이나 인물화법에서 볼 수 있는 유미주의적인 제한된 소재들을 현실에 가깝게 체험적인 내용으로 전환했다. 과감한 붓의 사용과 필획의 절제가 보여주는 단호함은 투박하지만 강인한 맛이 살아있다. 그의 작품이 단순하지만 꽉 차 보이는 것은 담백하면서도 절제된 탄탄한 드로잉에 기인한다. 오랫동안 포구와 돌담·눌(가리) 등을 스케치하며 익은 드로잉 실력은 포구와 오일장을 돌면서 작업한 인물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된다. 수천 점의 드로잉 중 15점을 골라 발묵과 필선으로 마무리한 ‘성산포 사람들’‘귀덕리 사람들’‘오일장에서’ 등 100·120호 대작 15점이 첫선을 보인다.

미술평론가 최병식씨(경희대 교수)는 “강동언의 작업은 구체적인 설명이나 장식이 없다. 단순한 인물형태, 마치 실루엣 같은 입체감과 둔탁하고도 질박한 내면적 언어가 있을 뿐이다”며 “담담한 제주의 일상에 대한 관류와 체현적인 단편들은 최근 우리 수묵의 새로운 발현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성산포 출신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다수의 입선과 특선을 받았다. 제주도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심사위원장, 제주도 경관평가 심의위원, 제주시 등 4개시군 건축심의위원 등을 지냈다. 전시문의=02-732-6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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