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국립수목원 생물주권 포기 질타
근거없이 국가표준식물목록 삭제
전국 왕벚나무 교체 논란 자초

수령 140년으로 추정되는 제주도 향토유산 제3호 '오등동 왕벚나무' 자생지. 국립수목원이 이를 포함한 일부 왕벚나무를 근거없이 '일본 왕벚나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6일 오등동 왕벚나무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봉철 기자
수령 140년으로 추정되는 제주도 향토유산 제3호 '오등동 왕벚나무' 자생지. 국립수목원이 이를 포함한 일부 왕벚나무를 근거없이 '일본 왕벚나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6일 오등동 왕벚나무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봉철 기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만 자생지가 존재하는 왕벚나무의 일부 수종에 대해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일본 왕벚나무'라고 밝힌 것은 명백한 허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수목원 발표 이후 왕벚나무 생물주권이 흔들리고 전국 가로수 교체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국가기관이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6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수목원이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의 기원과 종이 다르다고 발표한 이후 여의도나 진해 등 전국 각처에 심어진 벚나무를 일본산이라며 베어내자는 운동이 벌어지는 실정"이라며 "행정이나 해설사 등 사회적으로 왕벚나무가 일본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게 됐다"고 피력했다.

국립수목원은 앞서 2018년 9월 보도자료를 통해 '유전체 분석 결과 제주도 왕벚나무는 일본 도쿄와 미국 워싱턴에 심어진 일본 왕벚나무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서로 다른 식물'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립수목원은 2020년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왕벚나무를 자생식물에서 삭제하고 재배식물로 재분류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왕벚나무를 일본명인 '쇼메이요시노'로 부르면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가 왕벚나무의 자생지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인 오등동 왕벚나무(제주도 향토유산 제3호)까지 위협받게 됐다.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2050는 6일 "국회 및 여의서로에 식재된 벚나무를 전수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일본 원산인 소메이요시노벚나무로 나타나 토종 벚나무가 거의 없다"며 자생 왕벚나무 보급 필요성을 알리기도 했다.

김 소장은 "공식적으로 한국 고유종의 지위를 박탈하고 왕벚나무에 대한 주권을 포기해 일본에 무상 양도한 것"이라며 "국립수목원이 당시 조사한 도내 5개체 중 4개체는 제주왕벚나무로, 1개체(오등동 왕벚나무)는 도쿄에 심어진 개체와 같은 유전체 그룹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일본 왕벚나무'라는 종 자체가 없을 뿐더러 비교 개체인 도쿄의 벚나무가 일본 원산이라는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령 140년으로 추정되는 오등동 왕벚나무가 엄연히 제주에서 자생하는데 국립수목원은 이를 일본 왕벚나무로 지칭하며 '옮겨진 나무'라거나 '재배 중 생태계로 탈출한 나무'라는 기상천외한 주장으로 폄훼했다"며 "왕벚나무 자생지인 한라산의 위상을 회복하고 생물주권을 되찾기 위해 잘못된 발표를 바로잡고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6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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