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목화의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 연습장면.  
 
제주4·3의 상처를 고스란히 담아낸 연극 한편이 중견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씨에 의해 서울 대학로에서 장기간 공연된다. 제주인의 진한 삶의 향기를 대학로에 퍼뜨릴 작품은 바로「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 오는 12월 12∼2003년 2월23일까지 대학로 극장 아룽구지에서 64일 동안 88회 공연을 선보이게 된다.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는 이념 싸움의 희생양이 된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작품. 남제주군 안덕면 덕수리에서 행해졌던 디딤불미라는 제주의 전통놀이는 갈라진 도민의 화합을 이끄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제주 오름마다 불길이 타오르던 어느 날, 주인공 성춘배는 산으로 피신하게 된다. 아내 맹구자는 마을에 남아 아들을 낳지만 남편은 토벌대에 잡혀 빨갱이로 낙인 돼 형무소로 끌려간다. 디딤불미를 하자는 약속만을 남긴 채 끌려간 남편을 위해 아내 맹구자는 구제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제주의 4·3을 소재로 극단 목화에 의해 올려진다는 점에 있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오태석씨에 의해 창단된 극단 목화는 ‘한국산’이라는 표현으로 자주 거론되는 민족적 냄새 가득한 극단. 「백마강 달빛에」「춘풍의 처」등 한국적 정서와 역사적 의식으로 중무장, 수많은 작품을 올린 바 있다.

특히 지난 98년 「천년의 수인」을 통해 빨치산, 광주항쟁 등 한국 현대사의 이념 싸움에 갇힌 개인의 삶을 통찰력 있게 그려 낸 바 있다. 이번 작품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또한 이념 대립으로 인해 무구한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는 개인이지만 강인한 생명력과 기지, 민족만의 무한한 대동의 힘을 빌린다면 치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일반 1만5000원, 대학생 1만2000원, 중고생 1만원, 초등학생 8000원(10세 이상 관람가), 문의=02-745-3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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