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뮤지엄 두 번째 기획전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소수자들이 처한 현실 주목...내년 7월 5일까지 전시

오노 요코 작 '채색의 바다(난민 보트)1960/2022'가 관람객들이 남긴 메시지로 가득채워지고 있다. boat, waterased paint, artist's instruction piece,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김은수 기자 
오노 요코 작 '채색의 바다(난민 보트)1960/2022'가 관람객들이 남긴 메시지로 가득채워지고 있다. (boat, waterased paint, artist's instruction piece,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김은수 기자 

"끊임없이 바다에 잠기는 상상을 한다. 나를 안아줄 것 같아서" "사람은 다양하다. 모두 존중받을 수 있다" 포도뮤지엄의 전시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아내이자 전위예술가인 오노 요코의 '채색의 바다(난민 보트)' 작품 공간에 남긴 메시지다. 모든 사람을 위해 열려있는 장소로 흰색 공간과 빈 보트로 시작한 이 공간은 푸른 물감으로 써내려간 관람객들의 메시지들로 채워지고 있다. 각각의 문장은 다르지만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다양성'과 '포용'이 글 속에 담겼다.

지난해 4월 개관한 포도뮤지엄의 두 번째 전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가 5일부터 내년 7월 5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은 최형준 작가의 동명 산문집 제목을 차용했다. 전시 주제는 '디아스포라와 세상의 모든 마이너리티'. 현대에는 본국을 떠나온 이주민을 지칭하기도 하며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갖는 디아스포라 존재들에 주목하고, 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에 대한 너른 시선을 제안하고자 했다.

지난해 '혐오'라는 주제에 이어 현대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 포도뮤지엄이 나아가고자 하는 전시 방향성을 유지했다.

전시 관람객들이 사탕수수밭을 재현하고 그 안에 영상물을 설치한 정연두 작가의 작품 '사진 신부'를 감상하고 있다. 김은수 기자
전시 관람객들이 사탕수수밭을 재현하고 그 안에 영상물을 설치한 정연두 작가의 작품 '사진 신부'를 감상하고 있다. 김은수 기자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 작 '주소'.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 작 '주소'. 

이배경, 리나 칼라트,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 강동주, 정연두, 요코 오노, 우고 론디노네 등 국내·외 유명작가들이 미디어아트, 설치, 회화, 영상, 조각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정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외벽에 설치된 스위스 출신 유명 현대 미술가 우디 론디노네의 '롱 라스트 해피'는 무지개 빛깔로 적힌 '오래오래 행복하게'라는 뜻의 문장으로 다소 묵직한 전시 주제를 위트있게 풀어낸다.

이주 노동자의 경로를 전기선으로 엮어 만든 리나 칼라트의 '짜여진 연대기'와 20세기 초 하와이로 이주한 조선인 가운데 여성의 삶을 다룬 정연두의 '사진 신부'도 만나볼 수 있다. 정 작가는 설탕공예로 이들의 초상을 작업하고 당시 노동현장이었던 사탕수수밭을 미술관에 구현했다.

2층에는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광대 27명의 모습을 펼친 우디 론디노네의 '고독한 단어들'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이외에도 포도뮤지엄이 제작한 테마공간과 다양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획을 담당한 김희영 총괄 디렉터는 "사회적 조건에 의해 주류, 비주류로 구분되기 이전에 수많은 공통점을 가진 우리 모습을 기억하고자 마련한 전시로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세상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람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으로 11번가와 네이버에서 예매할 수 있다. 화요일은 휴관이다. 김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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