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항·성산항 모두 '밀집 정박'
FRP 제작·기름 적재, 위험성 커
선박 크기, 21년 새 3배나 커져
도지사 특별요청사항 1호 발령

지난 7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서 정박 중인 어선 3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3명이 중경상을 입고 2명이 실종됐다. 김재연 기자
지난 7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서 정박 중인 어선 3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3명이 중경상을 입고 2명이 실종됐다. 김재연 기자

제주에서 항구 내 정박 어선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선박 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내 어선이 대형화되고 있는 반면 항구의 규모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밀집 정박해 있는 어선들은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항에 정박 중이던 어선 3척에서 화재가 발생한데 이어 사흘 뒤인 지난 7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서 정박 중인 어선 3척에서 불이 났다. 한림항 화재의 경우 부상자 3명과 실종자 2명이 발생했다.

성산항 화재 약 12시간, 한림항 화재 약 7시간. 이는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 불이 모두 꺼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두 화재는 모두 공간이 좁은 항구 내에 밀집 정박해 있었고, 주변 어선으로 불이 옮겨붙은 뒤 적재된 기름에 의해 재발화까지 발생하며 큰 피해를 남겼다.

어선 대부분은 불에 약한 섬유 강화 플라스틱(FRP)으로 제작돼 화재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내부에 기름 등 가연성 물질이 적재돼 있어 재발화 등 위험은 더욱 크다.

지난 4일 오전 4시27분께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항 내에 정박 중이던 어선 3척에 불이 나 소방과 해경이 화재 진압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4시27분께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항 내에 정박 중이던 어선 3척에 불이 나 소방과 해경이 화재 진압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도내 어선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고 그 수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10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어선 1척당 평균 톤수는 2000년 6.08t에서 2011년 8.7t, 지난해 말 기준 17.94t으로 21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도내 어선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952척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구 내 밀집 정박 어선 화재가 또다시 발생할 경우 이번 2건의 화재와 같은 피해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연이은 항내 화재 사고에 대한 신속한 수습과 함께 근본적인 예방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실종·부상자, 피해 가족에 대한 지원이 최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피해 예방과 대책에 대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주도는 도내 항·포구 내 방재시설 일제 점검 등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지난 7일 안전관리 강화 등을 지시하는 특별요청사항 1호를 발령한 상태다.

오 지사는 "어민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오는 8월 12일까지 합동점검반을 편성, 도내 항·포구 106곳에 설치된 모든 소방시설과 장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김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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