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권위 로에베 공예상서
제주 정다혜씨 말총공예 작품
한국인 최초 대상 수상 '영예'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대상작인 정다혜 작가의 ‘성실의 시간’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대상작인 정다혜 작가의 ‘성실의 시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한국적인 소재가 세계에서 통했다.

말의 꼬리털인 '말총'을 소재로 한 공예 작품이 공예계에서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Craft Prize)' 에서 대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대상 작품의 주인공은 제주 출신 작가 정다혜(33·표선면 가시리 출신)씨로, 제주에서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말총 공예'의 망건·탕건 제작 기법으로 한국인 최초로 대상을 받으면서 지역 사회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대상작인 '성실의 시간'은 말총 공예의 전통 기법을 그대로 차용했으며, 작품에 시간을 들인 작가의 노력과 공예 역사를 담았다. '미술 마니아'로도 알려진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전시장을 다녀간 뒤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은 '로에베 재단 공예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다혜 작가가 말총 공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 제공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은 '로에베 재단 공예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다혜 작가가 말총 공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 제공

작품에 활용된 말총 공예는 기록상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5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다. 소재가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 주로 조선시대 남성들이 머리에 썼던 망건, 탕건 등을 제작할 때 활용됐으며 노리개, 선추(부채 매듭 장식) 등 일상품을 만드는데도 쓰였다. 자연 섬유 소재지만 목화, 삼베 등과 달리 빳빳한 소재로 입체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제주는 말의 산지였기 때문에 재료를 비교적 쉽게 생산할 수 있어 말총공예가 발달했다. 조선시대에는 갓 등 필수 의관에 사용돼 전국에서 성행했지만, 단발령 시행 이후 점차 소멸했고 제주와 일부 지역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정다혜 작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제주 사람으로서 상을 받은 의미도 크다. 자연 섬유가 입체가 되긴 어려운데 말총은 틀만 있으면 가능한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며 "전통 공예의 맥을 이어가는 건 지역을 보존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인간의 본능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 작가와 함께 '2022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결선에 오른 세계 각국 30인 작가의 공예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최종 결선작가 가운데는 김민욱·김준수·정다혜·정명택·정소윤·정용진·허상욱 등 국내 공예작가 7명도 포함됐다. 역대 가장 많은 국내 작가가 선정된 것은 한국 공예의 높아진 위상을 방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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