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비상임 논설위원

팬데믹 이후의 시기 기업은 회복력과 중장기적 성장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코비드-19 팬데믹 와중에 아시아 경제권은 북미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과와 전망을 거쳐왔다. 그러나 포스트 코비드 시기의 반등세는 비등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소비자·투자자 신뢰지수가 추락과 더불어 그 기세가 꺾이고 있다. 물론 아시아 경제권의 현재 경기순환이 여전히 더욱 깊은 하강의 곡선을 탄 상황인지 아닌지는 그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를테면 대표적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괜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한국은 대표적으로 하락세가 뚜렷한 국가로 보인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아시아 경제권의 기업인들의 정세판단을 관통하는 일종의 심려가 엿보인다. 바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경제 및 지정학적 차원의 변동성이다. 

물론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글로벌 경제, 특히 대외 노출도가 높은 아시아권에게는 숙명과 다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비드-19와 같은 위기의 시대에는 그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차원을 달리한다. 그리고 위기가 해소되고 난 후 복기의 시점에서 그 시대의 터널을 성공적으로 돌파한 기업군에게는 공통점이 발견되곤 한다. 일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북미와 유럽의 1000개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성공적인 위기 탈출을 선도한 기업군의 공통적 특질은 바로 '신속한 행보(quick move)'였다. 시장의 기세가 꺾이기 전에 선제적이고 담대한 결행을 했다는 얘기다. 물론 위기의 저점에서 이들의 실적은 경쟁기업에 비해 더욱 저조했으나 제반 여건이 개선되는 시점에서 남과 다른 재도약의 속도와 규모로 이전의 부진한 실적을 용이하게 털어낼 수 있었다. 위기관리경영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된 것처럼, 최고경영진의 대비태세, 즉 리더십의 역할과 그 중요성이 더욱 지대해진 것에는 이런 축적된 경험이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위기 경영 시기에 반등·회복력과 장기 성장세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제언을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기업은 스스로를 직시하여야 한다. 회복력이 강한 기업군의 첫 특징은 위기를 대면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결행한다는 점이다. 상시적으로 위기경영이 체화되어 있는 이들은 앞에 놓인 사활적 위험요인과 격변 요소를 현재와 향후 수년 간의 시기를 기준으로 정확히 간파한다. 다음으로 재무적 건강성에 유념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회복력이 컸던 기업군은 위기의 전조가 보이는 시점에 이미 재무적 건강성을 확보한 상태였다. 북미와 유럽의 1천개 기업군의 데이터를 보면 회복력이 남달랐던 기업군은 장부기준 자본액 1달러당 평균적으로 1.2달러 꼴로 부채를 이미 줄여놓은 상태였다. 반면, 그렇지 못했던 기업군은 오히려 3달러 꼴로 부채가 늘었다. 그 결과 재무적 건강성이 뛰어났던 기업군은 위기 심화시기에도 시장 장악력을 제고할 수 있었고, 그 이후시기에는 더욱 보강된 재무적 건강성을 무기로 시장경쟁력 확대는 물론이고 인수·합병 측면에서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셋째로 1980년대 초기와 유사한 현재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 제공 방식의 변화, 공급 취약점 극복을 겨냥한 수급 혁신 및 비용 절감, 그리고 가격정책의 정교화 등이 요구된다. 특히 인플레이션 시기의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가격 인상은 거의 예외없이 소비자·고객 불만으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감안하여 전면적 가격 인상이 아니라  고객 세분화 등을 통해 신속배송과 같은 특별 서비스에 한해 부가 요금을 책정하는 방식 등으로 일종의 맞춤형 가격정책의 설계·실행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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