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길이 같아져 계절의 분기점...전통적으로 추분에는 곡식 거둬
과거 국가에선 수명장수 기원하는 노인성제 지내...다음 해 농사 점쳐

오늘(23일)은 가을걷이의 시작, 마음마저 풍성한 추분이다. 추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므로 이날을 계절의 분기점으로 의식한다. 때문에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가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다'라는 속담이 있다. 특히 추분에는 농가에서 곡식을 거둬들이느라 분주하고, 과거 국가(고려~조선)에서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제를 지냈다.

추분(秋分)은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로 양력 9월 23일 무렵에 든다. 음력으로는 대개 8월 중이다. 이날 추분점(秋分點)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黃經) 180도의 추분점을 통과할 때를 말한다.

추분점은 황도와 적도의 교차점 안에 태양이 적도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해 가로지르는 점을 말한다. 곧 태양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해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적경(赤經), 황경(黃經)이 모두 180도가 되고 적위(赤緯)와 황위(黃緯)가 모두 0도가 된다.

추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므로 이날을 계절의 분기점으로 의식한다. 곧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추분과 추분(春分)은 모두 밤낮의 길이가 같은 시기지만, 기온을 비교해보면 추분이 약 10도 정도가 높다. 이는 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추분에는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또 태풍이 부는 때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추분을 즈음해 논밭의 곡식을 거둬들이거나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며 그 밖에도 잡다한 가을걷이 일이 있다.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도 이맘때 거두고 산채를 말려 묵나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보통 가을걷이는 가을에 다 여문 곡식들을 거두어들이는 일로, 추수(秋收)라고도 한다. 가을걷이는 곡식을 거두기 위해 이삭이나 열매만을 따거나 줄기까지 베는 일(작물에 따라 따기, 꺽기, 베기라고 함)과 이를 말리는 일 그리고 알곡을 떨어내는 타작(마당질이라고도 함)으로 구분한다. 이는 벼. 콩, 팥, 기장, 조, 옥수수, 수수, 메밀과 같이 줄기째 베거나 뽑아서 이삭만을 따서 말린 다음 알골을 내는 타작까지 일련의 과정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추분에는 국가에서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때부터 시행됐으며, 조선시대에는 소사(小祀)로 사전(祀典))에 등재됐다.

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이 있다. 이날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 해에 대풍이 든다고 생각한다. 만약 추분이 사일(社日) 앞에 있으면 쌀이 귀하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건방(정북과 정서 사이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45도 각도 안의 방향)이나 손방(정동과 정남 사이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한 45도 각도 안의 방향)에서 불어오면 다음 해에 큰바람이 있고 감방(정북을 중심으로 한 45도 각도 안의 방향)에서 불어오면 겨울이 몹시 춥다고 생각한다. 또 적은 비가 내리면 길하고 날이 개면 흉년이라고 믿는다. 홍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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