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입소 노인 방치 의혹
진물 뼈 드러날 정도 심각
'불편해 고개 흔들어' 기록
"관리부실 아니"…말 아껴

서귀포공립요양원 입소 노인의 무릎(사진 왼쪽)과 발가락이 괴사돼 있다.
서귀포공립요양원 입소 노인의 무릎(사진 왼쪽)과 발가락이 괴사돼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제주 서귀포공립요양원 입소 노인의 무릎과 발이 괴사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간호일지에는 해당 노인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던 것으로 파악돼 의혹은 커지고 있다.

50대 여성 A씨는 지난 추석 전날인 9일 서귀포시내 한 병원에서 서귀포공립요양원에 입소한 80대 아버지 B씨가 손떨림, 구토 등 증상으로 혈압이 떨어져 위급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제주시에 있던 A씨는 남편을 통해 받은 아버지의 다리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해당 사진에서 B씨의 무릎이 피고름, 진물과 함께 뼈가 보일 정도로 괴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발가락도 시커멓게 괴사가 진행돼 얼핏 봐도 장기간 방치됐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A씨는 지난 18일과 20일 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찰에 각각 학대 신고와 고발장을 접수했다.

A씨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단 운영 요양원의 입소 노인 관리도 못한 원장은 '몰랐다'고 무책임한 태도로 방관하고 있다"며 "아버지 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데 다신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며 울먹였다.

현재 B씨는 상처가 아물지 않아 치료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서귀포시 등에 따르면 간호일지에는 B씨가 입소 이후 '끙끙 앓는 소리를 내서 불편함을 표현했다' '불편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등의 기록이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0년 B씨의 입소 당시 간호일지에도 발가락 상태가 좋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질병으로 인해 평소 의사소통에 한계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귀포시는 관련 조사를 진행한 후 학대 판정이 나오면 그에 따른 업무 정지 등 처분, 고발 조치, 학대 미신고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이와 관련 서귀포공립요양원측은 "현재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로, 괴사를 몰랐던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회복이 어려워 악화됐던 부분이 있었고 관리 부실과 방치는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김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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