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언 사랑의열매 제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윈터 이즈 커밍(Winter is coming)', 최근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로, 직역하면 '겨울이 오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문구는 보통 '춥고 긴 겨울이 오고 있으니 철저히 대비하자'와 같이 긍정적이지 않은 미래를 예견하는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3년간 지속돼온 코로나19와 세계적인 금리인상 등으로 우리 제주지역 경제도 추운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최근 제주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5%로 전국 평균 5.7% 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시지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19년 1만7198명에서 2020년 2만542명, 2021년 2만3417명, 2022년 1월 기준 2만3529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이웃들은 더욱 추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도내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 캠페인 '희망2023나눔캠페인'을 실시한다. 모금목표를 40억 4000만원으로 설정하고,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62일 동안 진행한다. 높아진 물가와 불안정한 경제상황,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감염 위험까지 모두가 지치고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얼어붙은 경제상황 속에서 모금목표 달성을 염려하는 시각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사랑의열매는 이전보다 늘어난 복지 수요를 반영해 모금목표액을 동일 기간 동안 역대 최고 수준으로 설정했다. 예로부터 제주의 문화와 특수성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수눌음' 정신일 것이다.과거 농사일이 바쁠 때 이웃끼리 서로 도와 일하는 풍속인 수눌음은 서로 힘든 일을 거들어주며 함께해 온 제주 섬의 공동체문화다. 

과거 척박한 상황에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던 우리 선조들은 단순 협업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서로의 어려운 상황을 돕는 정신을 길러온 것이다. 이 수눌음 정신은 농사일 뿐 만 아니라 일상 곳곳에도 스며들면서 공동체의 의미가 희미해진 현재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된 '희망2022나눔캠페인'에서는 목표액의 106.4%인 41억여 원이 모금돼 제주도민들의 이웃을 향한 따뜻한 나눔 정신을 보여줬다. 나눔이 필요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의 수눌음 정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나눔온도 100도를 돌파해 따뜻하고 행복한 제주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도민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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