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동북아챕터 대표·비상임 논설위원

사용후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은 향후 자원순환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나, 일선 중소업계와의 협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세계적인 자원순환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폐자원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사례가 늘며 특히 재생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이 높다.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공급자인 기업들이 재생자원을 제품에 결합하는 노력이 지속되면서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환경과 소비에 관한한 세계 시민의 눈총을 받아온 미국에서조차 자원재생률이 약 9%에 달한다는 미환경보호청의 공식 통계를 보면 그 흐름을 실감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춰 유엔은 2024년 말까지 사상 최초의 '플라스틱 규제협약'을 만들어 공개할 것이라 한다. 시장규모와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과 함께 장차 글로벌 재활용산업을 이끌 견인차라는데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를 보인다.

환경부의 추산에 따르면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2021년 약 424억달러에서 2027년 639억달러로 급증하고 전체 재활용품 시장의 12% 가량을 차지할 것이라 한다. 국내에서도 석유화학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용후 플라스틱을 열분해 방식으로 처리하는 공법을 미래지속가능성장산업의 핵심 기술로 선택하여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본격 양산 체제를 구축하여 산업화에 힘쓰고 있다. 사용후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은 크게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분류한다. 기계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 자원을 분쇄·세척·선별·혼합 등의 비교적 단순공정이라 할 수 있는 기계적 처리 과정을 통해 재생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PET병 등 생활용품 관련 폐플라스틱 활용 공정이 기계적 재활용 산업의 주된 분야로,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을 구성하는 지역밀착형 중소규모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통계인 2019년 자료를 보면 이러한 플라스틱 배출량은 약 130만톤으로 전국 폐기물 발생량 1,048만톤의 약 12.5% 수준이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플라스틱 원료로 환원시키는 기술로 고품질 원료의 생산과 반복적인 재활용을 가능하게 것으로, 기계적 재활용 기술이 저부가가치형이라는 한계와는 달리 고부가가치형이다. 특히 글로벌 컨설팅펌 PwC는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2027년까지 연평균 7.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화학적 재활용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7%에 달할 것으로 점쳐, 시장규모와 성장률 양쪽 측면에서 투자 및 산업화 유인이 크다. 

국내 동향을 보면, 우선 2021년 세계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생산한 플라스틱 소재인 '코폴리에스터'를 선보인 바 있는 SK케미칼은 이미 올해부터 화학적 재활용 PET인 '스카이펫CR'을 제주 삼다수에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SK지오센트릭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 선도 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에 대규모 지분 투자를 마쳤고, 기술 협력을 기반으로 하여 국내에 재활용 생산설비 구축에 나선 상태다. 국내 PET 용기 생산 1위 기업인 롯데케미칼은 화학적 재활용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 오는 2030년까지 울산공장이 출시하는 PET 용기 매출을 전량 화학적 재활용 PET 제품으로 전환할 방침이라 한다. 

이렇듯 발빠른 대응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난제가 있다. 중소 폐기물 수거·관리업계와 화학적 재활용기업의 순조로운 협력 문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시장진입이 본격화되면서 영역 다툼의 조짐이 보이고 있으며,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의 경우도 양자간의 상생과 협력이 주요 과제임이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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