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과 함께 근대민주주의 제도가 도입되면서 지난 48년 5월10일 치러진 제헌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지난 96년 15대까지 제주지역 총선 역정에는 역사의 편린과 영욕의 세월이 담겨 있다.

4·3에서부터 4·19혁명과 5.16 군사쿠데타,10월유신,5·17과 12·12 사태 등등 으로 역사의 소용돌이속에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꽃인 국회의원 선거는 명맥을 이어왔고 숱한 이들이 도전과 영광,좌절의 단맛·쓴맛을 체험했다.

오는 4월13일 치러질 21세기 첫 선거인 16대 총선을 앞두고 지금까지 발자취를 되돌아 본다.

제헌국회의원 선거이후 15대 총선까지 도내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209명이 출마해 40명이 당선됐다.

그러나 5.2 대 1의 평균경쟁률속에 재선이상이 8명이고 4선 1명,5선도 2명이나 되기 때문에 실제로 ‘금배지’를 달아본 도전자는 불과 21명으로 10명중 1명꼴밖에 안된다.

4대선거에 35세의 나이로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현오봉의원은 6·7·8·10대에 당선돼 양정규의원과 함께 5선의 최다선을 기록하고 있다.

7대때 34세로 역대 두번째로 젊은 나이(최연소는 2대선거때 28세로 당선된 김인선후보)에 당선의 영예를 안은 양정규의원은 9대·12대에 이어 14대·15대 연속 당선으로 5선의 벽을 넘은뒤 6선고지에 도전하고 있다.

2대총선때는 3개선거구에서 3명을 뽑는데 자그마치 27명이 나서 역대 최고인 9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14대선거는 북군선거구에 이기빈·양정규 두후보와 제주시 4명,서귀포·남군 3명등 9명만 나서 역대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다.

투표율은 4대때가 94.9%로 가장 높았고,지난 15대 총선때는 71.1%로 역대 선거중 가장 낮아 정치에 대한 염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총선시민연대등 시민·사회단체의 낙천·낙선운동등 유권자심판운동과 정치개혁에 대한 유권자들의 욕구가 빚어낸‘바꿔’열풍이 16대 총선 투표율을 어느정도 끌어올릴지 주목해볼 대목이다.

도내 국회의원수는 선거제도의 변화와 함께 초대∼5대까지는 3명,6∼12대는 2명,13대이후에는 3명으로 ‘전국의 1%’라는 약한 도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제주지역 국회의원 선거사는 격동의 한국사와 맥을 같이한다.

4·3의 와중에 치러진 제헌국회의원선거는 북제주갑·북제주을·남제주 3개선거구에 18명이 출마해 평균 6대1의 경쟁을 벌였으나 단선·단정반대운동으로 북제주갑·을 2개선거구는 선거무효가 됐다.

남제주선거구에선 오용국후보가 당선돼 제주의 첫 국회의원으로 민의의 전당에 입성했다.

북제주갑·을 선거구는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 5월10일 재선거가 실시돼 홍순녕·양병식씨가 당선됐다.

6.25가 끝난후 54년 5월20일 치러진 3대선거에는 3개선거구에 17명이 출마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북제주갑 김석우,북제주을 김두진,남제주 강경옥후보가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현오봉의원은 58년 5월2일 치러진 4대선거때 남제주선거구에서 무소속으로 나서 강성익·강경옥·김성숙씨등 쟁쟁한 인사들을 물리치고 화려하게 정계에 데뷔한후 5선을 거치며 한국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거물이 됐다.

5대선거는 4.19혁명으로 민주당정권이 들어서고 내각제 헌법에 따라 민의원·참의원으로 나눠 선거가 치러졌다.민의원은 고기룡·홍문종·김성숙씨가 당선됐고 참의원은 6년임기인 1부는 강재량씨,3년임기인 2부는 강경옥씨가 당선됐으나 61년 5·16쿠데타로 영광을 마감했다.

63년 6대선거부터 12대까지는 제주시·북군과 남군 2개선거구로 줄어들면서 제주지역 의석 1석이 줄었고 군부정권이 탄생시킨 공화당이 8대까지 독식하는 양상이 전개됐다.

72년 10월유신후 73년2월27일 치러진 9대선거부터 12대까지는 제주도를 단일 선거구로한 중선거구제로 선거가 치러졌다.

변정일의원은 10대때 양정규의원을 누르며 당선됐으나 10·26과 12·12,5.17 등을 거치면서 1년7개월의 단명으로 그쳤다.

신군부가 탄생시킨 민정당과 민한당·국민당등 신생정당의 탄생과 함께 81년 3월25일 치러진 11대 총선에서는 무소속 현경대·강보성후보가 민정당 변정일,민한당 김택환후보를 눌러 ‘무소속의 섬’시대를 열었다.

중선거구에서 소선거구제로 바뀐 13대총선에서도 무소속 고세진·이기빈후보와 민주당 강보성후보가 당선되고 민정당 현경대·양정규·강지순후보가 줄줄이 고배를 들었다.

14대총선은 무소속 현경대·양정규·변정일후보가 현역의원인 민자당 고세진·이기빈·강보성후보를 누르고 ‘무소속 신화’의 절정판을 보여줬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세의원은 모두 민자당으로 들어가 지난 96년 15대총선때 신한국당 간판으로 출마,모두 당선돼 ‘무소속의 섬’신화를 무너뜨렸다.

당시 국민회의후보로 선전을 했던 정대권·고진부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후보로 야당으로 입장이 바뀐 한나라당 현경대·변정일의원과 설욕전을 벌인다.

양정규의원은 무려 6명의 후보가 일대 혼전을 벌이는 가운데 ‘기본표’로 당선됐던 15대와는 달리 제주도의회의장을 지낸 장정언후보와 한치도 양보없는 맞대결 판세를 형성하고 있다.

새 밀레니엄시대 첫 총선에서 제주의 유권자들은 어떤 심판을 내릴지는 16일 앞으로 다가온 투표를 통해 판가름날것이다.<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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