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신건축이 설계한 제주관광민속관. 지형에 따라 경사로를 설치한 전시실 등 자연을 최대한 활용했다.<김대생 기자>


건축가는 자연에 자신의 생각을 담으려한다.그렇지만 건축가의 생각이 담겨지는 건축물은 자연훼손의 문제가 뒤따라 다닌다.그래서 건축가들은 자연파괴를 최소화하고 자연과 합일되는 건축물을 탄생시키려 노력한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 류춘수씨의 작품 가운데 한계령휴게소가 있다.한계령휴게소는 설악산 절벽틈에 자리해 있다.완벽한 자연의 모습을 갖춘 이 곳에 휴게소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류춘수씨는 경사진 땅을 그대로 이용함으로써 이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요즘은 자연환경을 살리는 건축물이 대접을 받는다.경사진 땅을 일부러 평평하게 만든후 만들어진 건축물은 자연환경을 무시했다는 오명만 쓰게 된다.

제주도자연사박물관과 제주도문예회관을 연결하는 중심축에 제주관광민속관(설계 현신건축·대표 김희수)이 들어서 있다.지난 96년 환경문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환경문화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지형을 파괴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했다.자연지형의 활용은 전시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남쪽에 위치한 전시실은 마치 2개의 전시실이 붙어있는 듯 하다.지형에 따라 경사로를 설치하고,계단을 만들어 전시실을 양분하는 효과를 노렸다.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면서도 지하층은 지상층의 느낌을 만들었다.지하층은 전면유리여서 자연의 빛을 최대한 받아들이도록 했다.1층 휴게공간에는 천창(天窓)을 둬 여기서도 자연의 빛을 흡수하고 있다.

공연을 하는 건축물의 특성을 제주 자연과 접목시켰다.이 건물은 공연을 목적으로 무대상부에 조명과 같은 부대시설을 마련함으로써 일반건물보다 천장이 훨씬 높다.현신건축은 이같이 높아진 곳을 제주화산의 정상부분으로 형상화시켰다.

겉은 제주석을 잘 배치시켜 미적감각을 살렸다.제주석이 쓰여진 이웃 문화공간과 잘 어울린다.

외부에는 놀이문화 공간을 만들었다.걸궁 뿐아니라 마당놀이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외부에서 흥을 돋운 예술활동을 내부로도 끌어들이도록 했다.

그러나 설계자의 의도를 따라가지 못한 면도 있다.정상부분은 공연이 있을 때 네온사인 효과를 더해 화산이 폭발하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으나 그렇지 못하다.또 이 건물의 서남쪽으로 물이 흐르도록 설계됐으나 이 역시 전혀 쓰이지 못하고 있다.<김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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