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림」에는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미래가 담겨 있다.<김영학 기자>
‘왕따’‘학교 폭력’ 등의 말들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이모티콘 같은 인터넷 언어로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성(城)을 쌓으며 기성 세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갈수록 청소년과의 거리를 느끼게 하는 요즘, 한림고(교장 현상오) 교지 「한림」 제9호는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놓고 있다.

△우리 미래는 우리가 만난다
「한림」제9호는 하나하나 풀어내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여느 학교 교지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행복한 만남-내일을 여는 사람들, 우리들의 미래 내다보기’. 대학이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고교생들의 알찬 생각이 정리됐다.

단순히 인기 직종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 요리사, 여자 경찰은 물론 자격증을 38개나 갖고 있는 ‘별난 선생님’과의 전자우편 인터뷰, 갈옷 디자이너와의 만남도 시도했다.

높은 사회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청소년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에 선생님들의 조언이 보태지면서 ‘학생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고 앞만 내다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가끔 우리들의 뒷모습은’이란 기획을 통해 그들이 미처 깨우치지 못했던 학교생활을 뒤돌아보게 한다. ‘아차, 아주 가끔 복도에서 뒹구는 과자 봉지들의 난감한 표정’‘밤새워, 수행평가 준비를 했나, 고개가 자꾸만 책상과 벗하려는 친구들 못 말려’‘어쩌지, 08시30분에서 40분 사이 중앙현관 앞 풍경’‘수업시간에 웬 멜로디가?’등 번득이는 재치로 학생들의 잘못에 채찍을 가하고 있다.

△스스로 원하는 학생들이 만든 교지
「한림」은 다양한 기획물과 함께 ‘스스로’원하는 학생들의 손과 발을 모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그래서 교지를 직접 만드는 편집부원은 최고가 돼야 한다.

편집부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통해 동기와 성실성 등을 묻고, 쓰기·그리기·찍기 등 역할분담까지 확실히 한다. 기본 소양 및 편집의식을 돋우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활동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을 교지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에 관심의 눈을 돌리고, 이미지, 삽화 등은 될 수 있는 한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고 그리고 꾸미도록 하였다.

그래서인지 교지 곳곳에서 ‘모두가 읽는 교지’를 만들겠다는 학생다운 패기가 느껴진다. 일간지 만평 스크랩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기발함, 수업중 휴대전화 사용 문제, 시선을 지역사회로까지 넓힌 ‘비양도 이야기’, 그림으로 살펴보는 ‘우리학교 바로 알기’, 소풍 옷차림 생각해 봅시다 등 찾아 읽는 재미까지 있다.

현미자 지도교사는 “학생 모두가 편안하게 읽고 볼 수 있도록 잡지처럼 삽화를 넣어 흥미를 끌고 있다”며 “교지발간이 선·후배간, 사제간의 정을 나누고 신나는 학교 만들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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