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국가지도자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선택됐다. 대선 ‘바로미터’인 제주도민들은 56%의 압도적인 지지로 노 후보에게 탄탄한 신뢰를 보내며 16대 대통령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주의 미래상과 직결된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와 4·3 등‘노무현 새 정부’가 안고 있는 제주의 과제와 해결방향을 진단해 본다.

>1< 화순항 해군기지
오는 26일 해양수산부에서 열리는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의 제2차 전국 연안항 기본계획안 심의결과에 도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월 ‘보안항구’라는 이름으로 등장, 제주지역 최대 이슈가 된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여부가 이날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중앙항만정책심의회가 극히 이례적으로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대표와 도민 반대 여론, 제주도의 공식 반대입장 표명에도 강행을 고집하는 해군측의 입장을 청취키로 할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화순항 해군기지는 해군함정 몇 척이 드나드는 단순한 부두시설이 아니라, 도민들에겐 제주도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군본부는 한반도 주변 동북아해역은 배타적경제수역 재편에 따른 해양관할권 획정을 위해 해상에서 주변국과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전략적으로 중심에 위치한 제주는 해군력 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화순항 해군기지가 국가안보전략 차원에서 필수 시설이며, 국가안보상 필요하다면 대양해군 건설의 ‘숙원’ 해결을 위해 도입될 첨단전투체제인 이지스함을 배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을 절대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은 무엇보다 무력을 토대로 한 국가안보 논리로 인해 ‘세계 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제주도가 동북아 분쟁의 전초기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고성능 레이더와 슈퍼컴퓨터의 통합체로 원거리 대공방어와 대함·대잠전 능력과 전방위 미사일 방어, 3차원 정보수집 능력까지 갖춘 이지스함이 배치될 경우 중국·일본 등 주변국을 자극, 제주도가 잠재적 공격목표가 되고 동북아 군사적 갈등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군본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 미국 무기체계 도입과 군사작전권 예속에 따른 미 동북아전략 및 미사일방어체제(MD) 편입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해양관광 개발 계획 차질로 인한 지역경제에 대한 악영향과 각종 제약으로 인한 생활불편, 5000명이 넘는 대규모 인구유입에 따른 주민들과의 문화·정서 충돌 등도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월 제주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티센터에 의뢰해 도민 10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8.2%가 반대했다.

또 1차적인 이유가 “관광지와 평화의 섬으로서 제주도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 제주도의 미래 비전인 평화의 섬·국제자유도시 개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도민들의 뜻을 확연히 보여준 바 있다.

노 당선자는 제주 유세 때 “화순항 해군기지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는 노 당선자가 제주도민들이 보내준 굳은 신뢰에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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