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외자유치를 위해서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소유과 경영의 분리를 추진해왔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은 현대사태를 통해 재벌오너의 경영권이 오히려 강화됐음을 알게 됐다. 이는 지난 2년간 재벌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이 있는데도 개인의 사유물처럼 명예회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 문제이다. 대우그룹 사태에서 봤듯이 기업경영의 방향이 잘못돼 좌초하게 될 경우 최고경영자 뿐만 아니라 종업원,주주,투자자를 포함한 국민경제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현대 인사파동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성장시대 한국 재벌 경영구조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최근 현대사태와 관련 전문가들이 본 재벌개혁 진단이다.

IMF신탁통치가 시작됐던 98년 1월 金大中 대통령당선자는 50∼60개씩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해온 대기업들에게 3∼4개,많아도 5∼6개의 핵심기업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때 김대통령 당선자는 재벌들의 개혁을 위해 합의한 게 있었다. 곧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업종 전문화 등의 기업구조조정 5대 과제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현대그룹의 경영권분쟁 사태를 보면서 그들이 약속했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의 투명성 제고는 헛말이었음이 증명됐다.

과거 재벌에 대한 정의는 부정적인 면이 많았다. '지주회사를 통한 고도의 중앙집권적 가족 지배적 족벌경영과 소유주의 단독경영을 중심으로 혈연 지연 학연위주의 경영인맥이 형성돼 있고 다각적인 경영을 수행하는 독점자본으로 수출 지향적이며 타인 자본의존도가 높고 정치권력과의 밀착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집단' '재벌은 가족에 의해 소유되고 경제개발 과정에서 방대한 규모의 재정투융자 외자도입과 결부됨으로써 급속히 성장 변모해온 독점자본' '특정가족의 혈연적 지배아래에 있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다수의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집단'등. 한국의 재벌 가운데 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부정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정부가 현대사태를 계기로 재벌개혁의 초점을 사업구조조정에서 소유 지배구조 개편 쪽으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총선 뒤부터 본격화할 것을 보이는 재벌개혁은 제대로 될는지,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두고 볼 일이다.<하주홍·코리아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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